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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관인 안드라는 현재 뷰흐 지역에 연구소를 짓고 지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뷰흐 지역에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는데 안전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전을 가동중인 나라는 발전에 사용한 연료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체 전력 생산의 75~8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프랑스는 장기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이미 마련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폐기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재처리 방식을 택하면서 중간저장 시설에 대한 고민 없이 바로 영구처분 시설 건설을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영구처분장 건립을 추진하다 국민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한 경험도 교훈이 됐다. 이는 현재 프랑스 사용후핵연료 정책이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와 현재 세대의 책임의식을 담고 있다는 데에서 확인된다.
알랭 롤랑 부소장은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게 되면 120년 동안 운영하겠다는 목표지만, 이 기간 동안 기술발전 등으로 원전 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며 “매 10년 마다 지역주민, 핵폐기물 발생 사업자, 사업자 소속 기관 등이 모여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공론화..의회 통한 국민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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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DP는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뷰흐 지역에 지질적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먼저 가동한 뒤 결과가 좋으면 영구처분장을 설립하자는 권고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다만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예상보다 4개월 늦춰진 16개월이 걸렸다.
끌로드 베르네 공공토론특별위원장은 “공론화 도중 2번의 선거가 있었지만 지방의원들에 대한 반대표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반대 비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드라는 2015년에 처분장 건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ASN)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2017년 영구처분장을 지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프랑스가 120년 동안 영구처분장을 운영하는 등 장기 대책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한국은 단기 대책인 중간저장 시설을 설립하는 것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추진됐던 안면도, 굴업도, 부안 등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겪으면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탓이다.
한국은 총 23기 원전에서 매년 750톤 가량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원전 내부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 중이지만, 오는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더이상 넣어둘 곳이 없어지게 된다. 사용후핵연료 간 간격을 30cm에서 24cm로 줄이고, 다른 원전 임시저장고로 옮기는 방식으로 기간을 늘려도 2024년까지 늦추는 게 전부다.
설사 원전을 앞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더라도, 원전 수명이 다해 폐로(廢爐)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 등 핵폐기물은 남게 된다. 어떻게든 중간저장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중간저장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확하다”며 “사용후핵연료를 한 곳에 모아 놓을 것인지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할 공간을 늘릴 것인지 등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래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중간저장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현지에서 만난 앙투안느 제라르 뷰흐 시장은 “현재로서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 교수는 “전문가들이 원전 부지 내에 중간저장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환경영향, 주민수용성, 지역경제 파급효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등을 고려해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