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정작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제공하는 완성차 제조사가 단 네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 정보는 화재 사고 발생 시 원인을 규명하고 보상 책임을 가리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다. 내년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식별번호 이력을 관리하는 만큼 차량 제조사의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마이배터리’ 서비스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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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마이배터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소유하고 있거나 새로 구매한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식별번호)를 온라인을 통해 자율적으로 등록하도록 한 서비스로, 사이트에 접속해 자동차 제작사와 자동차 등록번호, 배터리 식별번호만 입력하면 전자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식별번호 등록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중대사고조사, 제작결함조사, 리콜 등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 보상 책임을 가리는 과정에서 이 내역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내년 2월 시행할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에 앞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내년 2월부터는 전기차를 등록할 때 배터리 식별번호를 따로 등록해 운행부터 폐차까지 관리해야 한다. 이에 앞서 배터리 통합 이력관리를 선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운행 중인 전기차의 배터리 식별번호 전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 소유(구매)자가 식별번호를 확인하려면 차량 제조사에 요청해야 하는데, 이를 제공하는 곳이 현재 단 네 곳뿐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두 곳이, 국외 브랜드 중에서는 △BMW △테슬라 등 두 곳이 각각 협조 중이다.
네 곳 이외의 브랜드 전기차를 타고 있다면 배터리를 등록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식별번호를 확인한다고 해도 배터리 제조사가 어느 곳인지, 언제 만들어진 배터리를 탑재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마이배터리 서비스가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제조사가 배터리 제조사 및 관련 정보를 내부 규정상 발표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전기차 소유자나 구매자가 아니라면 전기차에 어느 제조사가 만든 배터리가 장착됐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자율 등록인 상황이라고 해도 차량 제조사의 참여가 미비한 점이 아쉽다”며 “내년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차량 브랜드로서도 선제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