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이 거주하던 이 작은 마을에 이제 남은 주민은 얼마 없다. 지난 8일 밤에 발생한 6.8 규모의 강진으로 마을 주민 90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실종자도 얼마나 발생했는지 불분명하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대부분이 큰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치지 않고 살아남은 몇 안되는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서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헤치며 가족 이름을 부르짖는다. 사방에서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마을 주민 압두 라흐만은 한 때 집이 있던 곳을 가리키며 “아내와 세 아들을 잃었다. 어제 그들을 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하산은 “가족들이 아직도 (무너진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 그들은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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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최소 2122명…다가오는 골든타임 “시간과의 싸움”
모로코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최소 2122명, 부상자는 2421명이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캐롤라인 홀트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운영 책임자는 “(중환자 등) 부상 정도와 사망자 및 생존자 수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전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며 인명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재해로 사망자가 1000∼1만명 발생할 확률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은 21%, 10만명 이상일 가능성은 6%로 각각 추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건물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잔해에 깔리지 않아 운이 좋았다는 사람부터 집과 가족을 모두 잃어 통곡하는 사람까지 서로 위로하며 슬픔을 견뎌내고 있지만, 먹을 것도 잘 곳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 상황도 열악해 부상자에 대한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생존자 대부분이 여진의 두려움에 떨며 야외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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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대 피해 집중·건물 노후화 등이 피해 키워
모로코는 지질학적으로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사이에 위치해 북부 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피해가 특히 컸던 이유는 지진 자체가 1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6.8 규모의 강진인 데다, 피해지역이 아틀라스 산맥지역 고지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산사태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끊겨 구급차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이 잠든 밤 11시에 지진이 발생한 점도 인명피해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지난 2월 튀르키예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건물이 노후화한 데다, 지진에 매우 취약한 진흙 벽돌, 돌, 나무 등으로 지어져 피해가 더 컸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