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덮친 ‘자이언트스텝’ 공포…위험자산 ‘와르르’

美S&P500, 올해 22% 이상 폭락…베어마켓 공식 진입
암호화폐 시총 1만달러 무너져…업계 구조조정 잇따라
伊·스페인 등 남유럽 채권서 자금유출 지속…금리 급등
"금리인상 속도 불분명…위험자산 하락세 장기화 조짐"
  • 등록 2022-06-15 오후 4:40:54

    수정 2022-06-15 오후 4:40:5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확산하면서 주식·암호화폐 등 위험자산들이 일제히 무너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사진=AFP 제공)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8% 내린 3735.48을 기록했다. 전날 S&P500 지수는 1월 3일 전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고, 이날까지 22.12% 하락했다. 경기악화 영향을 크게 받는 일반 소비재·서비스와 부동산 부문도 같은 기간 일제히 5% 가량 내렸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것이라는 ‘오버킬’ 우려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정책만으로는 억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금리인상을 서둘러도 물가를 진정시키기는 어렵고 경기만 침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미 국채 시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13일 장중 한때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2년 후에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조현상으로 해석된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같은 현상이 목격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13일 18% 폭락한데 이어 14일에도 8% 추가 하락했다. 그 결과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290조 5000억원)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11월 정점(2조 9700억달러·약 3832조 7900억원) 대비 70%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암호화폐의 경우 소액의 주식과 채권을 담보(증거금)로 맡긴 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운용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마츠모터 소이치로 투자전략 담당은 “암호화폐 하락 국면에서 담보 주식과 채권이 같이 팔려나가는 등 시장이 연동해 하락장을 연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이날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규직의 18%, 약 11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암호화폐 대출회사 블록파이(BlockFi)와 또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 역시 전체 직원의 각각 20%, 5%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시잔=이미지투데이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높은 남유럽 채권들을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면 재정건전성이 낮은 이들 국가의 차입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달초 3.1%에서 이날 4%대까지 치솟아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대에 머물렀던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도 현재 3%대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였던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4%대에 진입했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에도 4%를 넘지 않았었다.

닛케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저축 등 가계에 아직 여력이 있어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지만, (연준이나 ECB 등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불분명해진 만큼 위험자산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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