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 물가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러한 통화정책은 유동성 과잉을 만들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목표를 ‘화폐가치 안정’으로 제한하고 중앙은행이 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하도록 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0일 ‘2022 경제학 공동학술 대회’ 한국제도·경제학회 주최의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현 통화정책의 문제점과 통화정책 개선방안’이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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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앙은행이 채택한 2% 물가목표제는 물가를 과도하게 낮추려는 시도가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종류의 물가 하락이든 금리 인하, 통화팽창으로 대응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기술진보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해 물가가 떨어지는 ‘좋은 디플레이션’까지도 금리 인하 등 통화 팽창으로 대응하다 보니 유동성 과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경제 성장, 금융 안정까지도 고려하고 있어 중앙은행의 재량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유동성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 통화정책으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 통화량이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2년~2008년 광의통화가 168.5% 증가했는데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9년엔 219.9% 늘어났다. 미국은 각각 57.2%, 51.4% 증가했고 우리나라는 63.5%, 86.0% 늘어났다.
자산버블과 붕괴가 반복되는 역사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 교수는 “중앙은행이 예상치 못하게 화폐 공급을 변동시키면 화폐가격을 왜곡시켜 대규모 오류가 발생한다”며 “대규모 기업 파산은 중앙은행의 인위적인 신용팽창 때문에 발생하므로 불황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중앙은행의 인위적인 통화팽창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준칙에 의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화폐 발행 독점력을 갖는 정부는 통화팽창의 유인이 있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중앙은행 독립성이 강한 나라일수록 인플레이션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립성만 갖고선 부족하다. 안 교수는 “중앙은행 자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플레이션적 통화발행의 유인을 가질 수 있다”며 “중앙은행 통화정책 목표를 화폐가치 안정으로 한정하고 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수행해 중앙은행의 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