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기업에 "올리픽 전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시스템 구축하라" 압박

상하이 시범운영중인 맥도날드에 "전국으로 확대하라"
올림픽 후원사 비자·나이키에도 시스템 도입 촉구
"대형 美기업 브랜드 파워·상징성은 최고 홍보 수단"
美선 새 위협 수단 우려…"언제든 압력행사 가능해져"
  • 등록 2021-10-20 오후 3:35:24

    수정 2021-10-20 오후 3:35:24

사진=신정은 기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 내 모든 사업처에서 디지털 위안화(E-CNY) 결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맥도날드를 비롯한 일부 미 기업들을 상대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 전까지 소비자들이 디지털 위안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타깃이 되고 있다. 맥도날드는 현재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상하이 270개 매장에서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전국 모든 매장으로 이를 확장하길 원하고 있다.

맥도날드 측은 중국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지와 관련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상하이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소식통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최고 후원사인 지급결제 업체 비자 및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나이키도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의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 공동 대표인 대럴 더피는 “대부분의 소형 업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미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적대적인) 미 기업이라서 더 심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더 널리 퍼뜨리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중국 금융규제 당국자 역시 올림픽 후원사인 인민은행이 기업들에게 디지털 위안화 결제 가맹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T는 전 세계적인 미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나 상징성을 고려하면 디지털 위안화를 홍보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피 대표 역시 같은 이유로 “대형 미 기업들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선 디지털 위안화가 보편화할 경우 미 기업들에겐 새로운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에릭 세이어스 아시아·태평양 국방정책 전문가는 “중국이 글로벌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새 도구’를 얻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등은 지금 당장 이 주제와 광범위한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금융당국이 사용자 정보보호를 위한 익명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미 보안전문가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분석가 야야 파누지는 “올해 초 H&M 및 나이키 불매운동 등에 비춰봤을 때 중국 정부는 자국 정책에 위배되는 경우 (외국) 기업 매장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차단할 수도 있다”며 “(시스템 구축은) 중국 공산당 손아귀 안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매우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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