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제적 구조조정의 실패

  • 등록 2014-07-01 오후 5:46:30

    수정 2014-07-01 오후 6:57:25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가장 먼저 동부제철(016380)의 자율협약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극약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면 동부그룹은 해체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동부CNI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김 회장이 제조부문을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산은도 이를 의식한 듯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남호씨의 동부화재(005830) 지분(14.06%)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오너 일가는 제조부문과 금융부문 계열사가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제조부문의 위험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될 경우 금융계열사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남호씨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산은을 애태우고 있다. 그렇다면 산은이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때 산은은 구조조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오너의 지분을 담보로 요구해왔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형화된 통과의례인 셈이다. 지난해 STX 자율협약 과정에서 산은이 강덕수 회장으로부터 지분처분 위임권을 받아 경영권을 박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김준기 회장 역시 강 회장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까지 담보로 잡힌다면 동부그룹은 산은에 의해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재의 동부그룹 위기는 산은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남호씨의 지분 담보 요구는 책임 회피를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산은은 10여 년 동안 동부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재무주치의 역할을 자처했다. 문제는 산은의 관리감독 하에서도 지속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결국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의 늪으로 몰아 넣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홍기택 회장은 STX 구조조정을 교훈 삼아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동부그룹 위기는 선제적 구조조정의 실패를 자인하는 사례가 됐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함으로써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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