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체계적 관리 안되는 ‘깜깜이’ 아파트관리비

  • 등록 2024-04-22 오후 5:34:32

    수정 2024-04-22 오후 7:15:20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감독 체계가 없어 사회적 불신도 덩달아 커져만 가고 있다. 실제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에 대한 행정처분은 매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곳은 없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봐야 한다.

우선 조사 대상이 너무 적다. 수 천만 가구 이상이 조사 대상임에도 지난해 정부는 197개 단지만 샘플 조사를 시행했다. 이마저도 이전에 비하면 많은 단지를 조사한 것으로,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관리비를 공개하지 않아도 조사를 받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이고, 또 관리비를 공개했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역할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문제를 제대로 진두지휘하며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단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입찰 담합이나 사업자 선정이 적절한지를 조사하지만 처분 권한은 없다. 결국 조사 내용만 지자체에 전달하고, 지자체는 이에 대해 처분할지 말지 판단하게 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주요 문제 유형에 대한 집계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정부는 ‘전자입찰 시스템’을 도입해 최저입찰로 사업을 수주하도록 하고 있어 입찰 담합이나 비리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제보자들은 ‘전자입찰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종 제보들에 의하면 최저가 전자 입찰로 낙찰이 되도 추가 공사비를 과다 청구하거나 전자입찰을 무시하고 수의계약을 해도 발각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나마 정부에선 보다 많은 단지를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우선 많은 논란이 되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내역부터 외부 위탁감독을 계획한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아파트 관리비가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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