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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주요 산유국들이 줄줄이 감산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이어 11개 비(非) 회원국들까지 15년 만에 원유 생산 감축에 합의했지만 미국 셰일 채굴 장비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감산을 약속했던 세계 2위 산유국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도 지난달 오히려 늘어나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상승세 타던 유가, 다시 아래로 꺾여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의 배럴당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3.8% 내린 51.96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66% 하락한 배럴당 55.01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약속하긴 했는데…‘이라크의 배신?’
원유값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우려 중 하나는 감산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하는가다. 지난해 감산 이행 약속에도 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남부 바스라 유전지대의 12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51만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추장비 늘리는 셰일…OPEC 패권은 옛말
여기에 미국 셰일 원유 시추장비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6일 베이커휴즈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장비수는 529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채굴 장비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말까지 채굴 장비 숫자는 850개에서 875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 OPEC이 과거와 같은 세계 원유시장에서의 패권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OPEC 산유국들의 세계 원유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계 석유공급량 9780만배럴 중 러시아·브라질 등 비(非) OPEC 국가들의 산유량은 5704만배럴로 집계됐다. OPEC 산유국 산유량의 1.5배 이상이다. 스캇 달링 JP모건 원유·가스 담당 리서치부문 대표는 “올 하반기까지 미국 셰일 생산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올해 하루평균 셰일 생산량은 20만배럴로 예상되지만,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치솟게 된다면 셰일 생산량도 60만배럴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결국 유가는 올 하반기까지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