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국물녀도 마녀사냥 ''CCTV 공개''

인터넷, SNS 마녀사냥 위험 수위
  • 등록 2012-02-28 오후 9:37:49

    수정 2012-02-28 오후 9:37:49

[노컷뉴스 제공] 채선당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발로 찼다는 인터넷 카페 글이 허위로 결론난 가운데 이른바 '된장 국물녀' 사건도 인터넷에 알려진 바와는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 검증없이 인터넷이나 SNS을 통해 확산되면서 특정인이 마녀재판식으로 비난받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대형서점 공공식당에서 아이 화상 테러 그리고 사라진 가해자를 찾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물녀', '화상테러범'으로 불리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해당 글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로의 한 대형서점을 찾은 초등학교 1학년 A군(7)이 배를 채우러 간 푸드코트에서 뜨거운 미소된장국물을 든 '국물녀'와 부딪혀 얼굴과 가슴에 크게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국물녀'는 신원도 남기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도망쳤다는 것이다.

A군의 부모는 소위 '국물녀'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22일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A군 부모는 한발 더 나아가 한 포털사이트에 아들의 사연을 올렸고 이 글은 채선당 임신부 폭행 종업원과 엮이면서 '국물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악성댓글이 이어졌다.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과 SNS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소위 '국물녀' B씨(51)가 지난 26일 경찰서를 찾아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28일에는 경찰, 취재진과 함께 A군 부모가 서점측으로부터 확보해 제출한 CCTV 화면을 판독했다.

CCTV 화면상에 나타난 당시 상황은 A군 부모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었다. B씨가 주문한 음식을 자리에 두고 국물을 떠서 뒤로 돌아서는 순간 A군이 달려와서 부딪히는 장면이 찍혔다.

B씨는 잠시 서 있다가 주변 사람들이 B씨의 손을 찬 물로 씻기고 얼음찜질을 한 뒤 5분 정도 지나 그 자리를 나섰다.

B씨는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대충 대처를 하고, 공공장소에서 애를 이렇게 뛰게 놔둔 부모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변 상인들로부터 A군이 다쳤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이미 그 때 A군과 A군 어머니는 자리를 떠났다고 생각해 자신도 그 자리를 나왔을 뿐 도망간 것은 아니라며 억울해 했다.

CCTV상에서도 B씨가 푸드코트에서 나올 때 A군과 A군의 어머니는 화장실로 자리를 옮겨 그 자리에는 없었다.

B씨는 "사회생활 한 번 없는 평범한 주부가 그 상황에서 대처를 잘하지 못 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라며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고 '죽일년' '테러범'이 돼 있었다"며 말을 잇지못하고 울먹였다.

이어 "아이가 다친 건 정말 누구보다 마음이 아파서 아이를 위해 기도도 했다"면서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쏟을 수밖에 없을 거다. 실수로 쏟은 것도 아니고, 고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27일 종로경찰서에서 이뤄진 A군의 부모와 B씨와의 면담에서 A군의 부모는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고소할 뜻을 밝혔다.

B씨는 인터넷 상의 글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공공장소에서 A군이 뛴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터넷에서 받은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채선당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언제부턴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해프닝'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객관적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전에 일방의 말만 듣고 '마구잡이식 공공의 적'을 생산해내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채선당 종업원 사건에서도 임신부가 '종업원으로부터 배를 차였다'고 올린 글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지면서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종업원과 채선당은 인터넷 상에서 갖은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종업원과 임산부의 상호간 다툼은 인정됐지만 임산부는 발로 배를 맞지 않았다"는 경찰의 중간 발표 이후 이번에는 글을 올린 임신부가 또다른 '마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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