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선언` 차선 중 최선책…확장억제 실효성에 주력해야”[인터뷰]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핵주권 포기` 주장은 지나쳐…한국형 확장억제 모델
워싱턴 선언 업그레이드 여부는 北도발 위협에 달려
당분간 남북 긴장 지속할 듯…미북 관계 진전돼야 동반 개선될 것
  • 등록 2023-05-15 오후 4:27:07

    수정 2023-05-15 오후 7:27:24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원구원장이 고려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한미 양국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워싱턴 선언은 차선 중 최선책이다.”

남성욱(사진)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고, NPT에도 가입돼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국제법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리의 핵 주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한국형 확장억제` 모델을 만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에 따라 양국은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전략핵잠수함(SSBN)을 포함한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국내에서는 나토 회원국들에 실제로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는 `나토(NATO)식 핵공유`를 기대했으나 NCG 정도에 그쳤으며, 윤 대통령이 `비핵화 기조`를 요구하는 미국에 동조한 나머지 자체 핵개발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북한의 수위 높은 도발에 맞서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길 번지듯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남 원장은 “미국은 NPT 체제를 고수하며 핵확산을 막는 동시에 핵 위협도 막아야 하는 입장으로 우리나라와 핵협의그룹을 만든 것”이라며 “지금은 확장억제를 더 실효적으로 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핵개발에 나설 수 없는 환경에서 미국과 차선책을 찾은 것이 워싱턴 선언이라는 것이다.

물론 향후 북한의 핵 위협에 따라 워싱턴 선언보다 더 진전된 방안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남 원장은 “만일,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한국 입장에선 `안보 최우선주의`에 따라 미국과 다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워싱턴 선언이 업그레이드가 될지 안 될지는 북한의 도발 위협 수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남 원장은 올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몸값을 높이기에는 아직 최적의 시점이 아니다”며 “전쟁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때,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할 타이밍을 볼 것이다. 핵실험 준비는 늘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단 하에 가장 효과적인 시기에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그는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한 달 넘게 두절되는 등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인 것에 대해 “한 두 달 만에 풀릴 것 같진 않다”며 “일단 긴장 관계가 지속할 수밖에 없고 미·북 관계가 진전이 돼야 남북 관계가 동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개원한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은 통일에서 더 나아가 자연과학·과학기술·보건의료·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연구를 통해 남북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원구원장이 고려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남 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개원한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1957년 세워진 아세아문제연구원이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일본 등 동북아 전반적인 연구를 다 하다보니 한반도 통일 문제는 특화하지 못했다. 통일융합연구원은 남북한 문제에 특화하는 전문 연구원이다. 또 하나 차별점은 융복합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과학, 과학기술, 보건의료, 문화예술체육 등 다(多)학제적으로 모든 과들이 섞여 연구를 한다. 여러 학문을 섞어 남북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내놓는 곳이다. 정부가 대책을 세울 때 바로 참고할 수 있도록 연구 총서 시리즈도 내놓으려고 한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중 관계와 미북 관계가 이면에 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즐거운 추억이었을 거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 문제는 순위가 더 밀렸다. 지금은 미중 관계로 인해 대만 문제가 전면에 부상한 상태다. 북한은 ‘자신들을 잊지 말라’는 신(新)물망초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도발을 동반해야만 자신들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 연락선이 두절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보수 정부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서 북한도 상황이 어렵다.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 바뀌면서 남북이 갑을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불만의 표시로 통신선을 차단했고, 한 두 달 만의 문제가 풀릴 것 같진 않다. 북한이 남북 관계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무단가동 중인 개성공단 관련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재가 있나.

△북한의 영역 안에 만들어진 개성공단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 사업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점, 투자 보장 협정이 분명히 있지만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남북 관계가 나아지더라도 어느 누가 개성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하겠나.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자제를 반출한다면 앞으로 북한과의 경협 사업을 더욱 회의적으로 만들 것이다.

-‘워싱턴 선언’ 총평을 하자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속 빈 강정이다’ ‘포장지만 화려하다’며 우리가 핵무기 개발 주권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다 안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의견이다. 워싱턴 선언은 차선의 최선책이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고수하며 핵무기 확산을 막고 동시에 핵무기 위협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핵협의그룹(NCG)을 만든 것이다. 유럽의 ‘나토(NATO)식 핵공유’와 달리 핵무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달렸다. 전술핵잠수함(SSBN)이 기항하는 정도 등으로 북한의 핵을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고 핵무기를 늘어놓는다고 상상해보자. 미국도 우리와의 나토식 핵공유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우리 코앞에 둔다면, 그때는 NCG 이상으로 대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 선언은 차선책이지만, 향후 업그레이드가 될지 여부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달렸다.

-우리나라 자체 핵무장 가능성은 사라진 건가.

△우리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고, NPT에도 가입돼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국제법상으론 핵무장을 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에 가서 핵 개발 주권을 포기했다고 하는 주장은 지나치다. NPT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형 확장억제` 모델을 만든 것이다. 물론, 북한이 비무장지대 등에 핵무기를 늘어놓는다면 한국 입장에선 안보 최우선 주의에 따라 미국과 협의를 다시 할 수밖에 없다.

-과연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의 핵 공격에 맞서 핵 대응에 나설지 여전히 의문이다.

△우려가 불식되기는 했지만 일부는 남았을 거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들이 전부 핵무장에 나서면 핵 도미노는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확장억제를 더 실효적으로 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몸값을 높이기에는 아직은 최적의 시점이 아니다. 전쟁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때,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할 타이밍을 볼 것이다. 준비는 늘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단 하에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기에 버튼을 누를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원구원장이 고려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현 정부 들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데.

△인권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자유와 가치를 중시하는 현 정부 입장에선,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북한 또한 그런 부분을 지적당한다고 해서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꺼린다는 이유로 우리가 인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면, 훗날 역사는 우리가 범죄에 눈을 감았다고 할 것이다.

-지난 1년 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평가한다면.

△‘성장통’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당시 남북 관계는 갑을 관계인 면이 있었다.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열린 마인드`였다. 그러나 보수 정부 입장에서, 특히 자유를 강조하는 윤 정부에서는 그런 기조를 유지할 수 없었다. 우리가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북한 입장에선 얻을 게 없다고 본 거다.

또, 개성공단을 가동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무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도 없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시설물을 훼손하고 철거하는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리가 교류 협력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분간은 일단 긴장 관계가 지속할 수밖에 없고, 미북 관계가 진전이 되면 남북 관계도 동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미북 관계에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없나.

△그것도 때가 있다. 지금은 운전할 차도 없고, 사람들이 그 차에 탑승하려고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북이 서로 상대가 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얘기한다 해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정부에 조언을 하자면.

△정부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신통일미래구상’을 발표할 것이다. 지난 30년 간의 대북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었고, 이를 계승·발전하면서 시대적인 양상이 바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윤정부 표’ 신통일정책을 통일부에서 준비하고 있다. 향후 4년 간의 비전 정책이 될 것이다.

-어떤 구상이 나올까.

△2045년은 분단된지 100년이다. 앞으로 22년 남았다. 분단 100년을 넘기지는 말아야 한다. 분단을 종식하는 비전과 정책을 내놓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는 구체화 된 ‘담대한 구상’도 담길 예정이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까.

△북한은 새로운 홍보 요소가 필요했다. 핵무기가 미래 세대에도 계승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보여주기 정치를 하고 있다. 김주애라는 새로운 ‘히로인’이 생겼다. 그러나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건, 북한 사회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다. 남녀 차별이 심하다. 어떤 경우에도 여성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4대 세습 지도자 이런 얘기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올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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