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금융권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AT1) 상각 사태 이후 보험사들의 후순위채가 미매각 사태를 맞는 등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코코본드 등)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다.
| (자료=한국기업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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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이 오는 26일 7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1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590억원은 미매각을 기록했다.
해당 후순위채의 만기는 10년, 공모 희망금리는 연 6.5~7.2%다. 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call) 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발행 전 추가 청약에서 주문이 없을 경우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이 해당 물량을 떠안게 된다.
심지어 지난 3월 초 13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ABL생명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단 한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ABL생명은 당시 발행 금리를 희망금리 최상단인 6.6%까지 높였고,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물량을 전액 인수해 자금 조달을 마쳤다.
채권업계는 CS 사태를 계기로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 CS가 UBS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170억달러 규모의 AT1(조건부전환사채, 코코본드) 채권이 전액 상각(채권 손실) 처리되면서 휴지 조각이 됐다. 다만 보험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상각 조건이 붙지 않는 등 코코본드와 성격이 다르다. 특히 후순위채의 경우 신종자본증권보다 변제 순위에서 앞선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미매각에 대해 “상각 조건이 달라 CS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을 포함해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게다가 보험사의 경우 올해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는 등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과거 보험사들이 발행했던 자본성증권 조기 상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채권시장 불안에 차환 발행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 자본성증권의 조기 상환 시기가 도래한 규모는 총 17건으로, 4조4000억원 규모다. 이달에만 한화생명(10억달러), 5월에는 KDB생명(2억달러), 6월에는 신한라이프(2000억원) 등 자본성증권 조기 상환을 앞두고 있다.
송 연구원은 “유동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차환발행을 1순위로 고려할 것”이라면서 “만약 상환을 생각한다면 유동성 보유기업은 문제가 없으나, 유동성이 없거나 보험료율 수지가 맞지 않는 등 현금 마련이 어려운 곳은 고민이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