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이 담긴 충주시의 홍보 포스터에서 구독자 145만명을 보유한 '피식대학'과 외교부의 콜라보까지, 지루하고 재미없고 세금낭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공공기관의 홍보 콘텐츠가 이제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관광공사가 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를 통해 지난 3일 공개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영상은 '범 내려온다'의 뒤를 이어 2연속 홈런을 날렸다.
특히 충남 서산 편 '머드맥스' 영상은 현재 조회수 300만건에 육박하며 해당 지역의 모습을 '힙한' 감성으로 담아내 MZ세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힙한' 영상... "전략은 로컬 브랜딩"
이번에 공개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영상은 서울, 부산·통영, 대구, 순천, 경주·안동, 강릉·양양, 서산에서 촬영한 것으로 각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의 감성을 담았다.
특히 각 영상 속에서 우리나라 전통 노래인 뱃노래, 쾌지나 칭칭나네, 새타령, 강강술래, 늴리리야, 아리랑이 유명 힙합 프로듀서의 편곡으로 재탄생 됐다.
서울 편에서는 한국의 정서와 미를 느낄 수 있는 배경, 힙합 음악, 어르신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다.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인 걸 놓치지 않고 가져가는 센스가 너무 좋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정말 조화롭고 멋지다. 이전 홍보 영상들은 판에 박힌 것들만 찍었는데 이번 영상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내서 되려 새롭게 느껴진다' 등 네티즌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다.
이번 영상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서산 편은 영화 매드맥스를 패러디해 '머드맥스'로 재탄생했다. 바지락을 캐기 위해 경운기를 타고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영화 매드맥스 속 카레이싱을 보는 듯 하다.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 오충섭 팀장은 "이번 영상 콘셉트와 전략은 로컬 브랜딩이다"며 "서울 외에 다른 지역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한 가지로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부산이나 양양은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라 영상 속에서도 관광지를 넣었지만 유명하지 않은 지역은 딱 한 가지만 기억되게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서산은 갯벌, 순천은 시골 전통 생활방식, 이렇게 한 가지로 브랜딩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유명 유튜버와 콜라보에 'B급 감성'까지
'관(官)'냄새를 뺀 센스있는 기획으로 MZ세대의 호응을 얻어낸 곳이 관광공사만이 아니다.
김갑생할머니김은 개그맨 이창호씨의 부캐릭터인 이호창 본부장의 회사로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내에서 대한민국 1위 기업 콘셉트를 갖고 있다. 영상 속에서 이호창 본부장은 '외교부와 함께 글로벌 경영의 새 청사진을 발표하려고 한다'며 김갑생할머니김의 ESG 경영 계획을 발표한다.
피식대학 자체 콘텐츠 중 하나처럼 보이는 이 영상은 사실 외교부의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광고 영상이다. P4G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협의체로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됐다.
P4G 정상회의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이 영상은 조회수 101만뷰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트렌드에 맞춰가는 외교부 대단하다', '대부분 P4G가 뭔지 관심 없는데 이호창 본부장이 또랑하게 외치는 ESG 때문에 까먹지 않을 것 같다', '외교부 일 잘한다. 보면서 ESG 기업의 중요성 쏙쏙 들어옴' 등 이번 영상을 통해 ESG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해당 영상을 기획한 외교부에 박수를 보였다.
한국관광공사와 외교부 이전에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딱딱하고 틀에 박힌 기획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대표적인 사례로 충주시가 있다.
맨 처음 충주시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충주시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B급 감성'의 홍보 포스터다. 공식 SNS에 올라오기엔 퀄리티가 떨어져 보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포스터를 제작한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소속 김선태 주무관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9월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이재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널이 거의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SNS인데 이런 채널은 주요 사용자가 MZ세대이고 이들은 그들만의 문법과 문화가 있다"며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홍보 방식은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MZ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