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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자원개발 사업 덕택에 이익을 내는 곳도 있다. 포스코대우·한국가스공사 등이 참여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다. 정부의 초기재정 지원, 다양한 지분투자로 리스크 감소, 20년간 꾸준한 사업 추진 등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기자가 14인승(2명 조종사 포함) 헬기에 탑승한 지 30분. 미얀마 짝퓨의 에머랄드빛 바다 105km를 횡단해 가스전 해상플랫폼에 도착했다. 이곳은 미얀마 가스전은 2000년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저유가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부진하지만 이곳은 예외다.
2013년 탐사·시추가 성공한 이후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 광구’다. 포스코대우가 1대 주주(51%)로 운영권(30년)을 갖고 있고 한국가스공사 등이 일부 지분을 소유 중이다. 포스코대우가 이곳에서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이 3770억원에 달한다.
이 플랫폼에서는 시추공 8개를 아래로 뚫어 가스를 캐낸다. 프레셔를 통해 가스를 쏘면 32인치 해저 파이프라인을 타고 110km 떨어진 육상가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어 미얀마를 거쳐 중국까지 이어진 793km 가스배관을 통해 가스가 공급된다. 가스 매장량은 4조Tcf(입방피트, 원유 7억배럴)로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치 규모다.
98명이 거주 중인 이곳에 한국인은 단 7명 뿐이다. 대부분 미국 등 17개국에서 온 해외자원개발 관련 엔지니어들이다. 주간 조는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한다. 이렇게 4주 근무하고 4주간 육지로 와서 쉬게 된다.
백승돈 포스코대우 생산운영팀장은 “해외 엔지니어들은 30~40년 경력 베테랑인데 우리는 20~30대 직원들이 가서 도제식으로 배우고 있다”며 “최소 5년간 머물며 유능한 기술진 ‘새싹’을 키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비전, 좋은 인센티브, 기술 경험 기회 덕분에 매년 수십 여명의 20~30대 포스코대우 직원들이 이곳을 지원한다.
사실 애초부터 이곳이 ‘꿈의 근무지’는 아니었다. 사업 초기 때인 20년 전 IMF 당시에는 해외자원개발로 돈 번다는 게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 ‘광구를 줄 의향이 있으니 와 보시라’고 제안을 했다. 기술진 검토 결과 좋은 광구를 찾았는데 1997년 대우사태가 덜컥 터졌다.
최종빈 석유가스운영실장(상무)은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를 제공 받지 못했다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한 비난 때문에 제도가 유명무실해져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혈세낭비 논란으로 올해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해외자원개발 한일 합작사인 DSLNG를 맡고 있는 토루 가와바따 부사장도 “일본은 정권이 바뀌어도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했다”며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민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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