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토)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 축제)에서 만난 이시현(27)씨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단 소식에 설레서 고민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답했다. 올해로 23회째인 퀴어 축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축제가 열리기까지 평탄하진 않았다. 퀴어 축제 조직위는 광장 사용신고서를 지난 4월 13일에 제출했고 최종 승인은 두달 후인 6월 15일(수)에 났다. 이후 서울시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에 광장 사용 허가 결정을 맡겼고 위원회는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음란물 전시·판매 행위는 제한한다”라는 조건을 달았다.
연대하는 서울광장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퍼레이드(행진) 전엔 부스 행사가 열린다. 부스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운영된다. 이날은 총 80여 개의 부스가 함께했다.
근처에서 또 다른 부스를 운영 중이던 박완려(23)씨는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x연세대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 부스 소속이다. 박씨는 “오랜만에 함께하니까 너무 좋다”며 “성소수자인 우리의 존재는 당연하니까 더 당당하게 퀴어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외에도 여성·비건(채식)·청소년·난민 등 다양한 주제의 부스가 열렸다. ‘노들장애인야학x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부스를 운영 대추(가명)씨는 “최근에서야 이동권 시위로 장애 인권 문제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노들야학이 개교하던 당시만 해도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성소수자 분들도 사회로부터 차별 받아왔다”고 답했다.
비가 쏟아지자 오후 4시경에 예정됐던 퍼레이드(행진) 시작은 약 30분 정도 늦어졌다. 오후 4시 30분경 사람들은 퍼레이드(행진)를 따라가거나 인근 시청역으로 가 잠시 비를 피했다.
시청역에서 만난 B(23)씨는 “지하철에서부터 무지개 장신구를 하신 분들을 봐서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함께 온 이시현(27)씨는 “비를 맞는 것도 다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시현(27)씨도 “퀴어 축제에 주한 외국 대사관들이 많이 왔다”며 “시청 바로 앞의 ‘프레지던트’ 호텔을 보고 한국의 ‘프레지던트’는 어디 갔냐는 말을 나눴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건, 잘 지켰으니 됐죠?”
그러나 여전히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맞불시위도 등장했다. 황보현(22)씨는 “어린 친구들이 혐오 시위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퀴어 축제=음란’이라는 공식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퀴어 소모임, 방구석 퀴어들’의 A씨는 “퀴어 축제에 오기 전 미디어에서 ‘음란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느냐”며 “그런데 가보니까 역시 한국 분들이라 그런지 옷을 잘 챙겨 입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시의 ‘노출 금지’ 조건에 대해서도 “(옷차림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규정이라고 생각하긴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퀴어 축제에서 대체로 조건을 잘 지켰기 때문에, 내년 퀴어축제도 무난하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