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바로 잡아야"…이춘재 사건 피해자들 진상규명 촉구

누명 쓴 윤성여씨 비롯 3인, 진실규명 신청서 제출
"14건 중 13건 진상규명 아직…정권 차원 사과 필요"
  • 등록 2021-01-25 오후 12:31:58

    수정 2021-01-25 오후 12:31:5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30년 만에 진상이 드러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1987~1991년)’에서 당시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윤성여(54)씨는 2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잘못된 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 누명에서 벗어난 윤성여(왼쪽 네번째)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윤성여씨를 비롯해 모두 3명이다. 이춘재에게 살해됐으나 경찰의 사체은닉으로 30년 넘게 단순 실종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김현정양의 아버지, 19세 나이로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허위자백을 했다가 DNA 검사로 풀려난 고(故) 윤모씨(1997년 사망)의 친형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간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사건에 대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경위, 살인 피해자인 초등학생 김양의 사체은닉·증거인멸 과정 등 수사 전반에 걸쳐 구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작년 12월 시행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및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으로 규정했으며, 진실규명만이 피해자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움을 없애고 이러한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강조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현정 학생의 아버지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자들을 대표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뉴스1)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윤씨의 친형은 “지난해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조사 자료만 A4용지 박스 6개 분량”이라며 “잡혀들어가 그러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구치소에서 풀려나자 마자 1년도 안 돼 암에 걸려 병원에서 7년간 투병하다가 1997년 사망했다.

김양의 부친도 “수십 년 동안 실종이라 생각하고 살아서 문도 안 잠그고 열어놓고 살았는데 경찰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진실 규명을 호소했다.

8차 사건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총 14건 중 13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14건의 수사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올랐고,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반인권적 수사를 받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윤성여씨 재조사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로부터 ‘14건 사건 기록에 윤성여가 가득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찰청장의 사과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사과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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