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감독 강화로 투자자 보호"…가상통화 `합리적 규제` 한목소리

국회입법조사처 주최 토론회…학계·업계·당국 `공감대`
거래소 규제 최우선…등록제 전환, 보안 강화에 무게
자본시장법 개정 대응이 합리적…ICO 허용엔 이견
  • 등록 2018-02-08 오후 2:02:47

    수정 2018-02-08 오후 2:02:47

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도서관에서 주최한 가상통화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시장에서의 투기거래를 막겠다는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강력한 규제로 흘러선 안되며 투자자를 보호하고 불법자금을 걸러낼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 규제에 그쳐야 한다는데 업계와 학계, 정부 당국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을 손질해 가상통화 거래소 감독을 강화하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또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신(新)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에도 공감했다. 다만 가상통화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통화공개(ICO)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강력규제 부작용만”…“정책 불확실성 없애고 투자자 보호”

8일 오전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거나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진도가 많이 나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지할 경우 국내 양질의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고 국민들을 더 위험한 거래 환경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가상통화는 국경을 넘어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초강도의 규제를 취한다 해도 정책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ICO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 뿐이며 심지어 중국도 최근에는 ICO 금지에서 한 발 물러서려 하고 있다”며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다른 발표자인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국내 가상통화시장은 이미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없으며 이미 투자자수가 100만~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어느 정도 기성화된 대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상대로 흔들어대다 보니 투자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들에게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 규제가 최우선”…현행 자본시장법 등 손실이 합리적

김 교수는 “아직까지 전세계 어느 국가도 가상통화와 관련된 입법화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데 이는 가상통화 개념이 매일 바뀌고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 개념 정의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자본시장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기존 법률을 개정해 가상통화를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가상통화 환경이 어느 정도 정상상태로 수렴했을 때 포괄적인 관련법을 정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규제는 투자자 보호와 불법자금 차단, 신산업 진흥이라는 3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맞춰져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가상통화와 ICO 정보 제공여건을 마련하고 거래소 보안수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엄격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법자금 차단을 위해 신원확인과 자금세탁방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는 정부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고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조사관도 입법 방향에 대해 “가상통화를 둘러싼 기술을 최대한 존중하는 영역에서 가상통화가 거래되는 시장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본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신산업 성장동력으로서의 동인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조치도 반드시 입법 방향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원 조사관은 “가상통화 중개업자(거래소)에 대한 규제에 한정해야 하며 가상통화 거래자나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연구자들이나 킥스타터까지 규제를 확장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래소 규제가 가장 중요한 입법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선종 숭실대 법대 교수도 “특별법을 따로 제정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현행 자본시장법 중심으로 개정하는 게 우선시 돼야할 것이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공적 규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脫)중앙화라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본질과 달리 거래소나 ICO는 새로운 중앙화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규제 방식에 있어 “한국거래소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가상통화 취급소는 사실상 투자 매매업자나 중개업자 기능이 중심이 돼 있어 거래소내로 포섭 가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거래소 등록제 전환에 무게…ICO 허용여부엔 이견 노출

원 조사관은 거래소 규제 방안에 대해 “현 중개업자의 등록과 운영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기존 통신판매업자와 차별화하고 영업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 거래소 등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등록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허가제로 더 강화할 경우 허가한 거래소에 대한 책임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얼마전 역대급 해킹사고를 낸 코인체크는 일본내에서 인가받지 않은 거래소여서 보안에 취약했던 것”이라며 “이렇게 내버려둬서는 우리 거래소들에서도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는 만큼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빨리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록제로 전환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해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거래소를 등록제로 하려면 주무관청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통화 자체가 일반상품인지 금융상품인지 지급수단인지도 정의가 안돼 있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지금처럼 거래소를 등록할 필요도 없고 규제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며 “전자통신사업자 지위를 유지해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영업하도록 유지하되 해킹 방지나 보안 방지, 고객 확인 장치를 철저하게 갖추도록만 하면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ICO 허용엔 부정적 의견이 팽팽했다. 박 교수는 “일종의 후불제 성격이 강한 기업공개(IPO)와 달리 선불제인 만큼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며 “IPO 관련 제도를 개정해 투자자 보호 강화하되 ICO를 포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조사관도 “아직 블록체인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ICO 허용은 시기상조”라며 “아직 가상통화시장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인 만큼 IPO와 혼돈되는 모집행위는 가격 변동위험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국장도 ICO 규제에 동의하면서 “차후 점진적으로 IPO 수준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 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김 교수는 ICO 허용을 촉구했고 이영환 차의과대 융합경영대학원 교수도 가상통화 투기와 과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잡초가 많다고 논밭을 없앨 순 없다”며 ICO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지원엔 업계·학계·당국 모두 공감

김 교수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금융산업 등 각종 신산업 진흥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 지평을 넓히고 선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기술도 선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또 정부가 나서 스위스처럼 크립토밸리를 육성하고 블록체인 연구개발(R&D) 예산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통화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선물일 수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가상통화에서도 선도국가가 될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가상통화 정책은 신중하고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원을 운영하고 있는 데일리금융그룹의 신승현 대표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과 관련된 정책은 제로 베이스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존 금융권이나 감독, 정책의 차원에서 봐선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블록체인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퍼블릭 블록체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상통화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도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 잠재력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단기적으로 국내 거래소에서의 과열을 제어하는 가운데 국제적 흐름을 보면서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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