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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전경련의 핵심 회원사인 삼성·현대자동차·SK·LG그룹 총수들이 탈퇴 또는 쇄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전경련은 설립 55년 만에 해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어떻게 결정할 지가 전경련의 존폐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전경련이 허창수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기업 오너 중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차기 회장을 명망있는 외부인사에서 추대해 전경련의 쇄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경련은 국무총리를 지낸 고(故) 유창순 회장이 19·20대(1989~1993년) 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유 회장을 추대하기 직전인 1988년 당시에도 제5공화국 비리조사로 기업인들이 대거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갔던 상황이었다. 롯데그룹에서 전문경영인을 맡고 있던 유 회장은 일해재단 해체 등 서슬이 시퍼렇던 노태우정부 초기 정계와 재계의 경력을 발판으로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며 당시 위기를 맞았던 전경련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자체 혁신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사회 각계의 해체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선 좀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명망있는 외부인사가 전면에 나서 ‘정경유착의 본산’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이미지 쇄신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전경련은 지난 2003년에도 ‘빅3’인 삼성·현대차·LG에서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전문경영인이지만 경륜과 능력을 인정받았던 손길승 SK 회장을 추대하기도 했다. 노사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회장 선임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관료출신인 박병원 회장을 추대해 회장직을 맡겼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은 회장단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사무국에서는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회원사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발전적인 혁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