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원치않는` 미래에셋, 대우證 인수하려면?

'미래+대우' 합병 가정시, 최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 규제 회피 비용 대폭 늘어
비용 줄이고 지배력 확보 위해 미래에셋운용 인수 참여 가능성…미래에셋 "가능성 열고 검토"
  • 등록 2015-09-14 오후 4:24:34

    수정 2015-09-15 오전 9:09:37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미래에셋증권(037620)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미래에셋그룹의 대우증권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금까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쪽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만약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수 참여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1조206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증권(006800)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래에셋 측도 이를 부인하진 않는다. 미래에셋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가격만 괜찮다면 인수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고 시인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합병한다면 합병법인 시가총액은 단순 계산으로 5조2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로, 회사가 계열 금융회사 지분을 총자산의 50% 이상 보유하면 강제로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 때문에 매 결산기마다 자산총계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피해왔다. 미래에셋캐피탈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는 올 상반기말 1조2098억원이다. 같은 기간 종속기업 투자자산은 883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72.9%다. 평소에는 자산 50% 이상을 자회사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매 결산기에 차입금을 늘려 국공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총자산 규모를 키웠다.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는 이유는 미래에셋그룹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증권과 생명 등 개별 금융회사의 영업적 특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리스크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와 지배력 확보, 자회사와의 신용거래 등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점도 부담이다.

문제는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합병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 미래에셋증권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미래에셋캐피탈이 결산기에 일시 조달해야 하는 부채규모가 더욱 늘어난다는 점. 그만큼 규제 회피 비용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 때문에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다면 증권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등 그룹내 다른 계열사가 인수에 참여,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 역시 “대우증권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온 바 없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미래에셋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를 원하는 만큼 대우증권 인수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은 신기술금융업자로 등록돼 있지만 인가된 업무보다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며 “향후 규제 회피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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