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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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일본 엔화 가격이 반등하면서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올해 들어 처음 감소 전환했다. 100엔당 원화 값이 900원 선을 넘어서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 2111억엔으로 집계됐다. 6월 말(1조 2929억엔) 대비 818억(약 7860억원)엔 줄어든 수치다.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2월 641억엔 감소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가치 상승에 엔화를 원화로 바꾸는 환전 규모도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 매수(엔화→원화) 건수는 7만 2289건, 매수액은 약 128억엔으로 집계됐다. 건수 기준으로는 지난 3월(8만 4952건) 이후, 매수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149억엔)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반등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축소된 영향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에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했지만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일본 장기금리는 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등 단기 정책 변수는 환율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장기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일본 장기금리 역시 엔저가 심화하지 않거나 일본은행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면 미국 장기금리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계속 좁혀지기보다 현 수준에서 등락할 것임을 의미한다”며 “엔·달러 환율은 올해 4분기 140∼145엔이 적정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