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개인정보 팝니다” 정보상에게 거래 문자 보내봤더니

SNS에서 휴대전화 번호 몇 천원이면 거래
성 정체성 등 미확인 정보도 광고
사생팬에 의해 활동 피해 발생하기도
  • 등록 2024-07-02 오후 3:13:13

    수정 2024-07-02 오후 4:52:22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전화번호도 있고 주소, 여자친구 사진도 팔아요.”

온라인 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 관련 정보가 무분별하게 판매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연예인들은 팬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더불어 이 같은 정보 판매가 이뤄지는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2일 이데일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ㅈㅂㅍㅁ(정보판매의 초성)’를 검색하자 아이돌그룹 NCT와 에스파, 라이즈, BTS 등 유명 연예인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계정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 계정들은 보유 정보를 나열한 사진을 공개했다. 정보 리스트에는 차량번호와 숙소 주소, 본가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한 멤버, 성소수자 멤버, 여자친구 사진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정보들은 특정 그룹 또는 가수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어 리스트만으로도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이날 채팅기능으로 한 정보상에게 거래할 수 있는지 묻자 1분 만에 답장이 왔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기자에게 원하는 정보를 재차 물은 뒤 돈을 익명이체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그는 ‘6000~8000원이면 남자 아이돌그룹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살 수 있다’고 했다. ‘확실한 정보만 드린다’며 ‘휴대전화 본인확인으로 진짜 정보인지 알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70조 2항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리나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알선·교사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판매가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하이브 소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멤버 태현은 SNS에서 “즐겁게 팬 사인회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가 멤버들의 좌석 기내식만 미리 예약해서 바꿔놨다”며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왜 그러는지, 시스템이 어떻기에 그렇게 다른 사람의 것도 변경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18일 입장문을 통해 “불법 취득한 아티스트의 좌석 정보를 수차례 조회하거나 같은 항공기에 탑승해 몰래 촬영을 하는 행위가 늘고 있다”며 “해당 정보를 이용해 아티스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고 심지어 접촉을 시도하는 스토킹 행위까지 적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소속 가수의 항공권 정보를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다수의 SNS 계정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정보 불법판매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익명으로 거래돼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1대 국회는 2021년 9월 거짓·과장·기만 정보의 플랫폼 내 유통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가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관리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법안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불법거래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주체는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된 이후에도 2~3중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계정들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영국 등 해외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플랫폼이 범죄도구로 활용되는 것의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불법거래 계정은 스토킹 등의 범죄를 중개하거나 방조하므로 한국도 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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