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본과 핵무기 군축 협약도 탈퇴…군사긴장 고조

CTBT 비준 철회·CFE 탈퇴 이어 또 핵군축 협정 파기
일본의 대러제재에 불만 품은 듯…지속되는 러 핵위협
일본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 협정 중단 유감"
  • 등록 2023-11-10 오후 5:19:31

    수정 2023-11-10 오후 5:19:3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러시아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핵무기 군축 협력에 관한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최근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최종 철회한 데 이어,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을 탈퇴하는 등 핵 위협을 높여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9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공식 법률 공포 사이트를 통해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서명한 일본과의 핵무기 군축 협력에 관한 협정 중단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러시아 연방의 국제조약에 관한 법률 제37조에 따라 러시아에서 감축된 핵무기 폐기 지원에 관한 협력을 위해 일본 정부와 체결한 협정과 이러한 목적을 위한 협력위원회 설립을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러한 결정을 일본 측에 통보했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정부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협정 중단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군축 협력 협정은 1993년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양자 및 다자 조약이나 자체 결정에 따라 감축하기로 약속했던 핵무기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일본이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됐다. 양측 간 합의에 따라 러시아 극동 지역에 버려진 폐기된 러시아 핵잠수함을 해체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일본은 이 프로젝트에 재정·기술적 지원을 제공했다.

러시아가 일본과의 핵 군축 협정을 중단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참여한 것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한 달 만인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화 조약 체결 협상도 중단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행 중단을 선언한 이후 핵무기 군축 협력과 관련한 협정을 잇따라 파기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7일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공식 탈퇴를 발표하며 나토 회원국과의 군축 협정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달 2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안에 공식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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