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고위 법관의 평균 재산이 국민 평균 재산보다 8.4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재산신고 누락 의혹으로 낙마한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고위법관의 절반(50%)이 재산신고 고지를 거부했다며 이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고위법관 재산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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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2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고위법관 재산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법관 155명의 재산 실태를 공개했다. 경실련은 재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상위 10명의 재산은 144억 4000만원에 달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산심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고위법관의 재산을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올해 3월과 5월에 공개된 재산신고 대상 고위법관 155명의 1인당 평균자산은 총 38억 7300만원으로, 국민 평균(5억 4772만원)의 8.4배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부동산 자산 평균총액은 29억 1000만원으로 국민 평균보다 6.6배 많았고, 1인당 주식 등 증권재산의 평균 총액(1억 9000만원)은 9.5배 많았다.
재산이 가장 많은 고위법관은 198억 7000만원을 보유한 윤승은 법원도서관장으로 나타났다.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181억 9000만원),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65억 1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이번에 조사된 법관의 절반에 가까운(49.7%) 77명이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등록대상자 4964명 중 9명에 대해서만 재산심사를 진행했다며 이미 공개된 재산에 관한 심사도 허술했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고지거부 제도를 악용해 재산감시를 피하는 고위법관이 상당수라고 진단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로 하여금 재산을 등록하고,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그 재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공직자윤리법상 등록의무자의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존비속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등록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고지거부제도도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최근 낙마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재산신고 누락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술한 재산심사 속에서 방치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철저한 재산심사를 위해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조항을 삭제하고, 재산을 투명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