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주문한 ‘외국인 가사도우미’…전문가들 “시기상조”

고용부,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
외국인 가사근로자, 거부감 적은 국가 시범 도입
전문가들 “시기상조…저출산 해소에도 회의적”
노동계 “이용자에게 상대적 박탈감 줄 것” 반대
  • 등록 2023-05-25 오후 3:37:11

    수정 2023-05-25 오후 3:37:11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시범도입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또 관련 경력·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하고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도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국 일자리 잠식과 불법체류 가능성 등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계에서도 내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이 선행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외국인 가사근로자, 거부감 적은 국가 시범 도입

고용노동부는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고용부는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업체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올 하반기 서울시와 함께 시범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방안을 적극 주문했다.

현재 가사근로자는 현재는 방문동포 취업비자(H2)를 받을 수 있는 중국 교포(조선족) 등 일부만 일할 수 있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비자(E9)를 받는 외국인도 취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가 바뀌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근로자도 국내 가정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추진 배경에는 우리나라 가사근로자 종사자의 감소와 고령화가 원인이다. 한국인 가사 서비스 종사자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59.0%는 60대, 33.2%는 50대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이날 “가사인력으로 외국인을 활용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구체적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와 국내 노동시장 상황,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담당관은 시범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하겠다”며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합한 고용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이어 “관련 경력·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것”이라며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처에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우선 소규모의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그는 “청소·간병·육아 등 다양한 직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국민 여론조사를 추진해 우리 사회에 맞는 구체적 도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시기상조…저출산 해소에도 회의적”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부족하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외국인력 도입으로 인해 내국인 가사근로자 일자리가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파출부, 가정부 등으로 불렸던 가사근로자들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로 근로자 지위를 공식 인정받았다. 법 시행 후 정부 인증기관과 계약을 맺은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이 보장되고, 4대 보험 가입 등이 가능해졌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회의적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이 제도 도입의 주요 목표로 여겨진다”며 “하지만 이미 제도를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서는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가정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이들에게 내국인 가사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주지만, 고용주는 임금 외에 숙소 제공, 사회보장 책임 등의 의무를 진다. 일본은 민간 서비스 기업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가정과 이용계약을 맺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내국인과 같은 노동관계법이 적용된다.

강정향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이 제도를 선뜻 도입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불법체류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가사근로자는 근무지가 재가이다 보니 관리적인 면에서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기에 정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제도적 정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반대 “이용자에게 상대적 박탈감 줄 것”

노동계도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은영 한국YMCA연합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가사노동은 이제 보편적인 가정에서도 이용하고 있는데,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특정 계층만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미 가사·돌봄 유니온 위원장은 “2017년에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한 일본도 2013년부터 제도를 준비했다”며 “졸속으로 준비하는 사업을 중단하고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서울시는 민간기업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해도 주거비를 일정 정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들었다”며 “차라리 그 예산을 50대, 60대 가사근로자의 교통비,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가사근로자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정책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사서비스 제공업체에선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고령자가 가사노동으로 일주일 40시간 한 달 중 20일 근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젊은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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