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에 이어 이번 11호 태풍 ‘힌남노’까지 위험천만한 날씨 속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계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플랫폼사뿐 아니라 정부 역시 배달 노동자 보호에 나서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 제주도가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들어온 지난 5일 오후 제주시 종합경기장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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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지난 2일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3사에 태풍 ‘힌남노’의 상륙 시 배달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2020년 배달의민족과의 단체협약에서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태풍, 폭설, 폭우 등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이 조항에 근거해 힌남노의 구체적 영향이 확인되는 경우 배달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악천후 상황에서의 배달 노동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달 서울 등 수도권의 집중호우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물에 잠긴 승용차는 물론, 물에 잠긴 채로 서 있는 배달 오토바이의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우천 배달이 논란이 됐다. 소비자들은 배달 시 요청사항에 ‘안전히 와주세요’ 등 문구를 의례적으로 적고 있지만 배달 자체는 막을 수 없었다.
노조의 ‘배달 중단’ 요청을 받은 배달 플랫폼사들은 라이더의 안전을 고려, 일시적인 서비스 중단 등 안전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2일부터 5일에 걸친 답변서를 통해 배달의민족은 “태풍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의 당일 배민원과 B마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요기요와 쿠팡이츠 역시 일시적 서비스 중단, 태풍 이동경로에 따른 대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는 물론 배달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천 시 배달에 500~1000원가량 할증이 붙기 때문에, ‘더 벌고 싶다면 막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만만치 않다. 배달 노동자인 A씨는 “날씨가 안 좋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돈을 더 내고서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노동자 한모(26)씨는 “지난달 호우에 사고가 나서 119를 부르니 한 시간은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길에 나오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소비자나 배달 노동자 개개인의 문제로 방치할 경우 사고 예방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 측이 플랫폼사와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라이더의 안전을 지키는 책임은 결국 플랫폼사에 있다”며 “배달을 정지시키고, 정부가 고용보험과 같은 기금을 통해 손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