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의 인상 행보도 덩달아 속도를 낼 것인 지 주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 확산과 같은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연내 한은이 추가로 금리 인상 횟수는 연말까지 많으면 두 차례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누가 차기 한은 총재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금리 인상 횟수가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0.25~0.50%로 인상했다.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첫 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상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총 7차례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며 연말 정책금리가 1.75~2.00%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 금통위원 대다수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도 지난달 연말 기준금리 전망이 1.75~2.00%로 형성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두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매 분기마다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1.50~1.75%로 낮아졌다. 에너지 소비의 81%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우크라 사태에 따른 물가상승 충격도 크지만 우크라 사태가 유럽 경기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럽으로의 수출 둔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소시에떼제네랄(SG)에 따르면 21개 신흥국 중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 의존, 물가의 원자재 민감도, 정책 여력 등을 고려하면 터키,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다음으로 원자재 가격 충격에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조치 등 경기 둔화 우려, 국내 코로나 확산세도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 간 정책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 말까지 최대 1%포인트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자본유출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단 점을 고려하면 이는 한은의 금리 결정에 있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미국보다 더 빨리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통화정책 사이클이 다를 뿐 아니라 경기 사이클로 보더라도 미국은 고점을 찍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고점을 찍고 둔화 국면으로 진입하는 입장이라 미국을 따라 우리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하고 자산 매각 등 긴축 도구가 있기 때문에 금리 점도표만큼 미 정책금리가 빨리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 연말 우리나라는 1.75%, 미국은 1.50%로 연내 정책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낮다”며 “우리나라는 새 총재가 온 후 5월과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