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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람코가 세계 최대 원유 정제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사우디 2위 규모 쿠라이스 유전의 드론 공격으로 IPO 연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람코는 당초 11월께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 상장한 후 내년 해외에서 상장하는 2단계 IPO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람코는 일단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과의 회의는 정해진 대로 소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에너지 관리들과 아람코 임원들이 산유량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하기 전까지 상장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완전 복구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면 IPO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유가 하락 시기마다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국가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비전 2030’을 2016년 제시한 바 있다. 사우디에 정보기술(IT)이나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세우고 로봇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계획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람코를 IPO하겠다는 게 빈 살만 왕세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계획은 초반부터 난항을 빚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뉴욕 증시 상장을 모색했지만 미국 내 테러 피해자 유족이 다른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테러지원국에 맞선 정의법(JASTA)’이 2016년 9월 시행되며 아람코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 19명 가운데 11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으로 드러난 만큼, JASTA를 근거로 9.11 테러 유족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해석이었다.
결국 아람코는 뉴욕증시에서 런던 증시나 일본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유가 하락이 이어진데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로 파문까지 일며 아람코는 또 IPO 계획을 연기했다. 살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알리 알다비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드론 공격이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상승세를 탄다고 해도 아람코 소유의 원유정제시설이나 유전이 공격받은 만큼, 기업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빌미로 아람코가 지속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완전 복구까지 최소한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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