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백화점' 이영학 사형선고…총기난사 임병장 후 3년 8개월만

작년 10월 A양(14) 살해…강원도 영월 야산서 시신 유기
강제추행·살인 혐의 조사 중 후원금 편취 등 여죄 밝혀져
재판부 이영학에 사형 선고…"영원한 사회적 격리 필요"
  • 등록 2018-02-21 오후 4:24:51

    수정 2018-02-21 오후 4:24:51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중학생을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1일 오후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여중생 딸의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어금니아빠’ 이영학(36)이 21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1일 이영학이 A양(14)을 살해한 지 144일 만이다.

앞서 검찰은 이영학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이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석방되면 형을 죽이겠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우리 사회는 불안과 공포에 떨 것”이라며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이 사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공감과 위로를 모두 포함해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사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죽은 엄마 대신 할 사람 필요해” 이영학, 딸에게 A양 데려오라 지시

지난해 9월 1일 이영학 부인 최모(32)씨는 지난 2009년부터 의붓 시아버지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강원 영원경찰서에 제출하고 닷새 뒤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에 이영학은 지난해 9월 29일 딸 이모(14)양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며 최씨의 생전 얼굴과 제일 흡사한 A양을 집에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이영학이 사망한 아내를 처음 만난 것도 아내가 14살 때였다.

지난해 9월 30일 오후 12시 20분 이양은 A양을 중랑구 망우동 집에 데려왔다. 이영학 부녀는 전날 미리 준비해 둔 수면제 3정을 넣은 음료수를 A양에게 건넸다. 이후 이영학은 잠이 든 A양을 강제 추행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어머니(빨간원)가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하러 들어오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단순 가출로 판단해 A양 살릴 골든타임 놓친 경찰

그날 오후 11시 20분 A양 부모는 망우지구대를 찾아 “딸이 집에 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가 이양”이라며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임박’을 뜻하는 ‘코드1’ 지령을 내렸지만 서울 중랑경찰서는 ‘단순 가출’로 판단해 A양의 최초 행적도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뒤 약 11시간이 지난해 10월 1일 오후 12시 30분. A양이 잠에서 깨서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영학은 A양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우려해 목을 졸라 A양을 살해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이영학 부녀는 A양의 사체를 대형 캐리어에 넣은 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타고 강원 영월군의 한 야산으로 이동해 100m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A양 시신을 던졌다.

이영학 부녀가 시신을 유기한 이튿날인 10월 2일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양이 이양과 함께 이영학의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이영학 집안에 들어가 훑어봤으나 강력 범죄와 연관 지을 흔적을 찾지 못해 돌아갔다.

10월 4일이 돼서야 경찰은 관할 서장에게 처음 보고 하고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A양은 이미 사흘 전 숨진 뒤였다. 경찰은 10월 5일이 돼서야 이영학 부녀를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영학은 체포된 지 사흘째 구속이 결정됐고 10월 13일 검찰에 넘겨졌다.

이영학이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후원금 편취·아내 성매매 강요도…어금니아빠 이영학의 두 얼굴

이영학의 범죄행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이영학의 여죄가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영학은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의 수술비가 없다고 호소하며 자신의 딸과 아내의 후원계좌 3개를 통해 총 12억 8000만원 가량의 후원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딸의 병원비로 쓰인 돈은 750만원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학은 남은 돈은 차량 구매나 문신 시술 등에 사용했다.

또 이영학은 2005년 10월부터 중랑구청에 기초생활수급비까지 신청, 월 10만~136만원을 지원받아 올 9월까지 1억 2000만원을 받았다. 이영학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 후원금을 현금과 수표로 찾거나 누나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등 금융재산 조회를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학은 후원금이 이전처럼 모이지 않자 급기야 지난해 6월쯤엔 아내 최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했다. 강남구에 오피스텔을 빌린 이영학은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해 연락이 온 남성 12명에게 15만~30만원을 받고 최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영학은 성 매수 남성들의 유사성행위 장면을 몰래 촬영해 저장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피해자 시신을 담은 검정색 캐리어 가방을 차량에 싣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피해자 父 재판정 출석 “사형 선고해 달라” 요청

지난해 11월 17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이영학은 A양 추행과 살해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이영학측 변호인은 “이영학 본인이 환각·망상 증세가 있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고 살해는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23일 열린 5차 공판에서는 아내 성매매 강요·후원금 편취 등 무더기로 추가 기소된 혐의에 대해 이영학은 모두 인정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A양의 아버지가 양형증인으로 나와 “이영학을 사형시켜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이영학을 직접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대한민국의 법이 피해자를 대신하여 이영학과 그 딸에게 사형을 내려주리라 믿는다”며 “살인마 부녀는 죽음으로 내 딸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검찰은 이영학에게 사형과 향정신성약품 상당액 추징을, 이영학의 딸 이모(14)양에겐 장기 7년·단기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이영학이 자신의 범행을 반성한다고는 하나 범행 후의 정황이나 수사를 받으면서 보이는 태도에 비춰보면 진정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어금니아빠라는 이유로 동정심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이영학의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法, 이영학에 징역 사형 선고…총기난사 임병장 사건 후 3년 8개월만

2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성호)는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 이영학과 함께 구속기소된 딸 이모(14)양에겐 단기 4년·장기 6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마지막 사형선고는 지난 2014년 6월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25) 병장이다. 재판부는 이영학 사건이 우리 사회와 유족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울컥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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