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과열"…닷컴버블 체험한 IT 베테랑의 경고

  • 등록 2015-11-02 오후 2:21:04

    수정 2015-11-02 오후 2:21:0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맥 휘트먼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스타트업 거품에 대해 경고했다. 15년 전 닷컴 버블을 몸소 체험했던 IT 업계 베테랑의 눈에는 최근 차량 공유 앱 기업인 우버 등 비상장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비정상적으로 비친 것이다.

휘트먼 HP CEO는 1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닷컴버블과 비슷하게 과도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상당수의 신생 기업들이 실제 그 같은 예외적인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스스로도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휘트먼 CEO는 1990년대 I닷컴버블 붕괴를 최전선에서 경험했다. 월트디즈니에서 일하던 휘트먼은 버블이 한창 형성되던 1998년 이베이의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IT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베이의 직원은 수십명에 불과했고 매출도 500만달러가 채 안됐지만 2008년까지 10년간 휘트먼의 지휘 하에 이베이는 세계적인 인터넷 쇼핑몰로 성장했다.

그녀는 “1998년과 1999년, 2000년, 2001년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해 다소 보수적으로 보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지만 성장성 만으로 상당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몸값을 높게 평가받은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스냅챗 등이 대표적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기업가치를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은 전 세계에 141개사에 달한다.

이중 가장 몸값이 높은 기업은 우버로 최근 10억달러 조달을 추진하면서 몸값이 7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혼다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에어비앤비 역시 몸값 비싼 기업 중 하나다. 힐튼 월드와이드나 하얏트 호텔, 메리엇 등과 같은 다른 호텔 기업들 보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거품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억만장자로 1990년대 닷컴버블 때 큰 돈을 벌었던 마크 쿠반 등은 현재의 스타트업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마크 베니오프 세일스포스 대표나 레이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설립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HP는 2일 HP주식회사(HP Inc)와 HP엔터프라이즈(HPE)로 분리한다. HP는 PC와 프린터 등과 같은 기기 생산을 담당하고 HP엔터프라이즈는 소프트웨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사업을 맡게 된다. 휘트먼은 HP엔터프라이즈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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