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자서전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이유는 자신의 치부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 ‘진정성’ 때문이라고 한다. 반성해야 할 부분엔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솔직 담백함이 담겼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을 언급한 부분에선 “3개월 넘도록 거실 소파에서 자야 했고 이런 생활은 탄핵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됐다”고 회고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출간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에 대한 반성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선후보 시절 불거졌던 BBK 논란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 재임 때 논란이 됐던 민간인 불법사찰과 내곡동 사저 등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나 없다.
왜 하필 지금 회고록을 출간했는지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10명 중 회고록을 남긴 5명보다 MB의 회고록 출간 시점은 다소 빨랐다. 미국의 경우에도 후임 대통령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퇴임 후 3년 이후에나 자서전을 내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청와대의 반발로 지금은 한발 물러섰지만 MB 측은 회고록 2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MB 측이 불가피하게 회고록 2탄을 쓴다면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발언을 먼저 곱씹어 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