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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금융 지원으로 인프라 수주 토대 마련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특히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22년 출범한 마르코스 정부는 BBM(Build Better More·더 잘, 더 많이 짓다)라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기획재정부는 필리핀 재무부와 MOU를 맺고 필리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총 19억 500만 달러(약 2조 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개도국 정부에 장기·저리 조건으로 빌려주는 유상원조 자금을 뜻한다. 이번 필리핀 EDCF 지원은 그간 진행됐던 EDCF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수출입은행도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에 EDCF 차관 1억 10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제공한다.
‘원전 재추진’ 필리핀, K-원전에 손 내밀어
필리핀에 한국형 원전 수출을 위한 토대도 마련됐다. 필리핀은 1980년대 탈(脫)원전 정책을 폈지만 최근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화석연료 감축을 위해 원전 재도입에 의지를 내고 있다.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4.8GW(원전 3기 규모)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번에 필리핀 에너지부와 MOU를 맺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는 필리핀 원전 사업 재개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했으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다. 바탄 원전엔 한국의 고리2호기와 같은 PWR 원자로가 적용됐는데 필리핀 측은 고리2호기를 40여 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한수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안전성 검토를 거쳐 바탄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되면 한수원은 향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언론발표에서 ‘한국의 원자력 성공담’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이 필리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MOU도 이번 순방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필리핀은 니켈·코발트 매장량이 각각 전 세계 2위, 6위에 달하는 자원부국이다. 두 나라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경제 안보와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 관한 협력을 심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고 핵심 원자재 공급망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에서 양국은 공급망 중단시 상호 지원을 약속하고 투자 정보 교환, 광산 개발·제련 공동 연구 등 자원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필리핀 자원·에너지 개발 사업에서 한국 기업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속도를 내자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한-필리핀 FTA는 2021년 타결됐으나 아직 우리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스타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 발전의 중심축이 돼 온 무역과 투자를 한층 더 확대하기를 희망한다”며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무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는 이와 함께 필리핀 내 한국 농기계단지 조성, 필리핀 공공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한국의 지원 등에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