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에 "가장 강력한 조치"…화웨이는 유럽에 손짓

러몬도 美 상무, 화웨이 제재 강화 예고
화웨이, 프랑스에 유럽 첫 공장 건설
2020년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
유럽 국가 '보안 우려' 돌파할지 주목
  • 등록 2023-12-12 오후 5:25:26

    수정 2023-12-12 오후 7:20:4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 화웨이를 두고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제재 강화를 예고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유럽에 손을 내미는 분위기다.

(사진=AFP)


러몬도 美 상무, 화웨이 스마트폰에 “매우 우려”…제재 강화 예고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탑재한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출시로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허점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러몬도 장관이 제재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4㎚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중신궈지)는 네덜란드 노광장비업체 ASML의 구형 장비를 이용해 화웨이의 7㎚ 칩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권에선 화웨이와 SMIC에 기존에 발급한 허가를 취소하고 두 기업과의 모든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두 기업 경영진을 형사고발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러몬도 장관은 SMIC 조사와 관련해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협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동맹들과 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네덜란드 정부, ASML과도 꽤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그들은 수출통제 문제에 있어 우리의 협력 대상”이라고 답했다.

유럽에 공장 짓는 화웨이…‘보안 우려’ 정면 돌파 의지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화웨이는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내년 프랑스 동부 도시 브휴마뜨에 네트워크 장비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화웨이가 유럽에 짓는 첫 공장으로, 2020년 2억유로(약 2900억원)을 투자해 지을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과 미국 제재 여파 등으로 지연됐다.

화웨이에 따르면 프랑스 공장에서는 연간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 어치의 통신 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며 5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오는 2025년 가동이 목표다.

화웨이는 프랑스 공장에 통신 장비 생산 과정과 소프트웨어 로딩 및 테스트 과정을 보여주는 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각국 정부 당국자와 통신사 등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이 우려하는 ‘보안 리스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2019년 화웨이와 ZTE를 제재하며 유럽과 호주, 일본 등 동맹국에 관련 장비 퇴출을 요구한 이후 유럽 국가들은 자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산 장비를 단계적으로 배제해왔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은 화웨이를 퇴출시킨 상태다. 화웨이의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독일도 오는 2026년까지 중국산 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2020년 화웨이의 5G 장비를 구매하려던 통신사의 라이센스를 갱신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화웨이를 규제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이 회담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 프랑스는 일부 도시에서 화웨이 관련 통신 라이센스를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화웨이 프랑스 공장 건설이 3년 만에 재개되자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유럽 공장을 통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화웨이는 또 최근 분사를 추진 중인 스마트카 사업부에 대해 벤츠와 아우디에 3~5% 규모의 지분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벤츠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아우디는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뜻을 표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외부(유럽) 투자자를 끌어들여 지정학적 긴장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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