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융사고 역대 최다…감사·CRO에도 책임 묻는다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증권사의 금융사고의 건수와 사고 금액이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대한 금융사고 미보고, 늑장 보고 사례를 전수 점검하는 한편, 증권사 내부 통제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앞으로는 내부통제 업무를 소홀히 한 경우 감사와 준법감시인, 최고리스크책임자(CRO)까지 책임을 묻기로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금감원은 14일 금융투자협회와 36개사 국내 증권사 감사·준법감시인·CRO 불러 증권사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차액결제거래(CFD)발 주가 급락사태와 영풍제지(006740) 주가조작 사태까지 주가조작 사태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주가조작 세력들이 시세를 조종하기 위해 증권사의 레버리지를 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키움증권이 영풍제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주가 상승이 발생했음에도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며 주가조작 세력이 이를 시세조종의 창구로 활용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고,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610억원 규모의 미수금만 회수했다.

이 밖에도 증권사 임직원의 사적 이익 추구와 횡령 등 연이은 사건·사고가 금감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11년간 고객자금을 관리하며 111억대 투자 손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잔고증명서를 발부하거나, 다수 고객의 투자자금을 사적으로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와 금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증권사 금융사고 건수는 연평균 7.8건인데 비해 올해는 현재까지 14건이 발생했다. 사고 발생 금액도 지난 4년간 연평균 143억원에서 올해 668억원으로 뛰었다. 사고 유형도 사금융알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금 횡령, 문서위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내부 통제 수준을 대폭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지말고, 리스크관리나 내부통제에도 신경을 써달라는 취지다. 향후 금감원은 내부통제 업무를 소홀히 한 경우 감사와 준법감시인은 물론 CRO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또한, 금감원은 금융사고가 금융당국에 전달되지 않고, 회사 내부 등에서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종결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사회에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증권사의 건전성,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하고, 레버리지 영업 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전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증권사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을 내년도 주요 업무 계획으로 선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는 회사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