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정부도 노조의 회계 공시를 검증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계는 여전히 회계 공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도, 당장 조합원이 볼 수 있는 피해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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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0월 1일부터 노동행정 종합 정보망인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이 개통됐다”며 “이 제도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장차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은 지난 1일 개통했다. 이 시스템은 노조가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과 연계해 운영된다.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조합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노조비 세액공제는 노조 활동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 요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는 노조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하며, 납부한 금액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납부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30%가 공제된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4분기에 낸 조합비는 다음 달까지 노동포털에 마련된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결산 결과를 등록해야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시스템 개통 전인 올해 3분기까지 납부한 조합비는 대해서는 회계공시 여부와 무관하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번 회계 공시제도는 ‘연대책임’ 성격을 가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대노총에 소속된 노조가 회계 공시를 했어도 노총에서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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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관계자는 “상급 단체도 대부분 조합비로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세제 혜택을 공유하고 있다”며 “노조의 전체적인 회계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급 단체도 회계 공시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공시제도가 유예기간 등을 두지 않고 10월부터 급하게 추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의 성과 중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회계 투명성”이라며 “10월 1일부터 3개월 치에 해당하는 세액공제 15%는 적은 부분이라 시범사업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계 공시제도에 대한 실효성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의 회계 공시에 대한 반응도 저조할 뿐 아니라 노조의 회계 공시를 정부가 검증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15∼26일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적용되는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673곳을 대상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사전 교육을 실시했는데, 84곳(12.5%)만 교육에 참여했다.
고민 깊어진 노동계…“조합원 피해 대응책 마련”
한편 양대노총은 노조의 회계 공시 시스템 시행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조합원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내부적 고민이 짙은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노동조합의 몫”이라며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높이고 민주성과 대중성의 확보는 노동조합의 혁신과 전망의 과제이지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회계 공시에 대한 조합원 토론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회계 공시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조합원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대응 방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연좌제 성격의 제도에 대한 법적 대응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회계 공시와 관련해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고, 피해를 보는 조합원도 있을 수 있어 실제 공시를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