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와 ‘수감자 맞교환’ 협상 계기 원유 수출 늘려

협상 이후 하루 200만배럴 수출…2020년 대비 5배
“美, 긴장 억제 위해 용인…제재 완화 암묵적 합의”
"대선 앞두고 유가안정 위해 소극적 대응" 분석도
  • 등록 2023-09-21 오후 4:02:43

    수정 2023-09-21 오후 4:02:4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미국과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원유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에서 풀려난 미국인 수감자들이 카타르 여객기를 타고 카타르 수도 도하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란이 지난달 미국과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원유 300만배럴을 생산해 200만배럴을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0년 하루 40만배럴을 수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급증한 규모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부활시킨 이후 최대 규모라고 부연했다.

미국의 제재 이후 돌파구가 됐던 대중 원유 수출 역시 지난해 하루 100만배럴 미만에서 현재 140만~160만배럴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직 미 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알고서도 용인하는 등 사실상 제재를 완화해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유엔 연설에서 수감자 맞교환에도 이란과 가시적인 관계개선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란과 관련된 모든 제재를 엄격히 준수해 왔으며 어떠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았다”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직 관리들은 “실질적으로 제재를 완화한 것은 아니지만, 협상 도중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공격적 제재는 가하지 않기로 양측이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는 다른 국가 정부 및 기업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재 완화를 부인했지만, 물밑에서는 수감자 맞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히기 위해 외교적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란과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새 협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유가 안정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해 100달러를 바라보면서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대비)은 6월(3.0%) 이후 7월(3.2%)과 8월(3.7%) 두 달 연속 상승폭이 확대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민심 악화 등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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