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토종 수제맥주 ‘더부스’, 국내 공장 철수…미국行

(왼쪽부터) 더부스 미국 캘리포니아 브루어리와 판교 브루어리. 더부스는 판교 브루어리를 철수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집중하기로 했다.(사진=더부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토종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THE BOOTH)’가 경기 판교의 양조장(브루어리)을 철수하고 미국으로 이전한다.

8일 김희윤 더부스 대표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현지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판교 브루어리는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며 “현행 과세체계가 종량세로 바뀌면 이후 한국 내 양조장 재진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부스는 2012년 서울 이태원에서 작은 펍(49.58㎡)으로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맥주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한 토종 브랜드이다. ‘대강 페일에일’, ‘치믈리에일’ 등으로 유명하다. 더부스는 미국 내 양조장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를 국내와 미국 현지 맥주시장에 유통하고 서울 내에만 약 7개의 직영 펍(직원 약 110여 명)을 운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동안 더부스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더부스 캘리포니아 브루어리’와 ‘판교 브루어리’ 두 곳에서 맥주를 생산해 왔다.

더부스는 작년까지만 해도 판교에 더해 국내에 양조장 확장이나 신규 설립을 검토했다. 당시 김 대표는 “2019년이면 미국 양조장만으로는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워 그때를 대비해 국내 양조장 확장이나 신규 설립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안 돼 전면 철수 결정을 했다. 국내에서 성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형 맥주회사도 공장 해외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과세체계상 국내 생산으로는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품질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고품질의 맥주를 만들고 좋은 포장재를 써서 고급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따라붙는 세금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 한 후 역수입하려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맥주시장이 수입맥주에 잠식당하는 세금 역차별 구조를 개선하고자 진행 중인 주류세 개편이 다섯 달째 공전하고 있다. 국회에서 전 주종 검토를 주문하며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 과세체계를 보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포함)에 주세(수입신고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10%)를 더해 초기 가격이 설정되고 국산맥주는 출고원가(제품원가+판매관리비+이윤)에 주세(출고원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10%)가 더해져 공장 출고가가 정해진다. 이 같은 과세체계상 국산맥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고원가에 각종 세금이 붙어 소비자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를 낮게 책정하면 세금 역시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낮아져 역차별 논란이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