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개최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내년부터 ‘은행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화 LCR은 금융위기 등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같은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 30일간 빠져나갈 외화 대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유동성 외화 자산 비율을 뜻한다.
정부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권고에 따라 작년 7월부터 국내 은행의 LCR 비율이 40%(시중은행 기준) 이상 되도록 모니터링해 왔다. 현금·외화지급준비금·고신용 채권 등 현금화가 수월한 외화 자산을 넉넉히 보유해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라는 취지에서다. 이를 내년 1월부터는 의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농협은행·수협은행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 2018년 60%, 2019년 80%를 적용한다.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을 주관하는 등 정책 금융 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20% 완화한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각 은행은 앞으로 매 영업일 외화 LCR 수치를 산출하고 월평균 비율을 규제 수준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다만 외국계 은행 한국 지점, 수출입은행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체 부채 중 외화 부채가 5% 미만이고 외화 부채가 5억 달러 미만인 광주·전북·제주은행 등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경우 자국의 LCR 규제를 적용받고, 본점과 지점 간 유동성 지원 확약을 맺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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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은행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선물 외화 자산-선물 외화 부채) 비율인 선물환 포지션을 국내 은행은 30%,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은 150%로 제한해 왔다. 이를 다음달부터 국내 은행은 40%, 외은 지점은 20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는 단기 외채 등 외화 자금의 과도한 유입을 막으려고 도입한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더 커져 이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이 LCR 기준을 이미 충족해 추가적인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며 “선물환 포지션 한도 완화도 외은 지점 등의 외화 차입 수요 자체가 줄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