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두달새 삼성電만 1.1조 처분…증시발목 잡았다

기관 투자가 차익실현+펀드환매에 2000선 회복 실패
"펀드 환매 강도 약화…향후 지수 방향성은 외국인에 달려"
  • 등록 2016-04-11 오후 4:16:34

    수정 2016-04-12 오전 9:04:21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최근 이어진 국내증시 반등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번번이 2000선 안착에 실패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행렬이 이어지면서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 등 대형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며 지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시장 방향성은 외국인의 매수강도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가 순매도 상위, 대장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월19일 이후 이날까지 기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거래일 가운데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중 누적 순매도규모만도 4조49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선 76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치면 5조원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기관은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자 투신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말 지수가 2000선에 근접하자 펀드 환매물량까지 급증한 데 따른 투신 순매도까지 더해지면서 지수 상승탄력이 둔화됐다.

이 기간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다. 기관은 삼성전자 94만4600주, 1조165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중에서 투신이 4797억원, 연기금이 2200억원, 금융투자가 1978억원, 사모펀드가 1232억원 순매도했다. 1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에도 기관은 삼성전자를 9400억원 순매도했다. 2분기 실적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그간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자는 심리가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관이 삼성전자를 본격 매수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11일 이후부터 매도로 나서기 시작한 올 2월19일까지 기관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단가는 119만6600원으로 5.79% 정도 수익을 올렸다.

다음으로 기관은 SK하이닉스(000660)KODEX 인버스(114800)를 많이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412억5300만원, KODEX인버스는 3321억3700만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기관 순매도 상위 4위와 5위는 SK텔레콤(2690억원), 현대모비스(1845억원)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고려아연(1654억원), 한화케미칼(1619억원), 한국전력(1554억원), LG전자(1453억원), CJ(1421억원) 순으로 팔았다.

펀드 환매 등 기관 매도 지속…“지수 향방 외국인에 달려”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 매도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장기간 `박스피`(=코스피+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2000선에 다가갈수록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펀드 환매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지금부터의 지수 방향성은 외국인이 쥐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코스피 2000선 근접→펀드 환매→지수 탄력 둔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지난 3월에 비해서는 최근 펀드 환매 강도가 약화되고 있는 만큼 다음 번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에 안착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고 점쳤다. 외국인투자가와 투신을 제외한 기관들이 환매물량을 받아만 준다면 2000선 상향 돌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기관의 매매패턴을 고려할 때 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외국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외국인이 기조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 올릴지가 코스피 방향성의 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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