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종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대폭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시범 사업지구 물량도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주민 반발에 부닥쳐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줄이면 그동안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통 혼잡과 주변 임대시장 영향 등의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업 계획을 잇달아 수정하면서 행복주택 정책이 애초 정부가 제시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업이 아예 틀어지기 전에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처음부터 정부가 부실하게 설계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행복주택 14만가구 건설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연내 시범지구에서 1만가구를 공급하고 2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개발 콘셉트 ‘훼손’
그러나 행복주택 공급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면 그만큼 기반시설 필요성도 낮아져 기존의 개발 콘셉트를 유지하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구 수가 절반 줄면 그 안에 들어가는 편의시설도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복주택 14만가구 목표 달성 ‘빨간불’
정부가 행복주택 공급 목표치로 제시한 14만가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2017년까지 행복주택 14만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연 3만~3만5000가구씩 공급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행복주택 콘셉트가 도심 가까이에 짓는 임대주택인 만큼 시범지구 사례처럼 주민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지구 지정이 늦어지면 행복주택 착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토부는 행복주택 건설을 희망하는 지자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임대주택 연 11만가구 공급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2012년 동안 공공 임대주택 사업승인 실적은 총 28만8737가구다. 연 평균 7만2000가구가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 착공 물량은 4년 동안 4만7383가구에 불과하다. 연평균 1만2000가구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행복주택 사업이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연 11만가구의 임대주택 공급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현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에 의지를 가진다 해도 매년 11만가구씩 신규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엄격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