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학방송기술통신위원장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당과의 협상이 되지 않는다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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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후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는 안’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민심은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이지 않았나”면서 “정부·여당이 어느 수위에서 이를 수용하는가에 따라 협치 준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 세 자리를 국민의힘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관례대로라면 제2당에서 법사위원장을, 여당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원내 다수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막아 정당 간 견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운영위원장은 지난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았다”면서 “이 같은 관례를 무시하고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앞세우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번번이 국민의힘이 법사위에서 법안 본회의 상정을 막았다”면서 “총선 민심에 힘입어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실 견제를 위해, 과방위원장은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원장 독식을 협상의 카드 중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다.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이 요구하는 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독식하겠다”는 뜻이다. 21대 국회에서 당 지도부를 경험했던 민주당 중진 의원은 “22대 국회 지도부도 21대 국회 때 사례를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던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의 원 구성 협상이 안 되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차지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상임위 싹쓸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상임위 싹쓸이 후 2021년 4월 7일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하락 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원외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은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비쳐졌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과거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