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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로 금리 시대 종언을 알리며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17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잇따른 악재에 울상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K공인 관계자는 “요즘 거래가 줄면서 안그래도 매물이 쌓이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 그래선지 문의 전화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미국 금리인상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 위축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내년 2월 수도권부터 대출 규제를 깐깐하게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는데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공급과잉 논란까지 ‘3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쳐 주택 구매심리가 움츠려든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부동산 동향에서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월 말부터 2달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부동산 악재에 다른 영향이 큰 것은 재건축아파트, 수익형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대출비중이 큰 투자시장이지만, 일부 가격상승세가 높았던 지역과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은 실수요 움직임이 주춤한 모습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로 오래된 아파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변 시세가 1000만원 안팎으로 최근 떨어졌다”며 “앞으로 시장상황이 더 나빠지면 입주 마무리 후에도 다시 오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수요가 대부분인 강북지역은 아파트 가격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거래량은 줄고 있다는 전언이다. 강북 길음동 길음뉴타운 J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많이 줄어든 건 맞지만, 아직까지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 금리 오르고, 대출받기 어려워지면 아마도 가격 조정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보다 충격이 더 큰 것은 대출 심사 강화”라며 “지금 시장을 이끄는 것은 투자수요인데, 대출을 규제하면 투자시장부터 일단 영향을 받고 점차적으로 서울 실수요시장, 수도권으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