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유가와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외교분쟁이나 전염병 같은 돌발변수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 항공업종에는 더없이 좋은 영업 환경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회사가 제어할 수 있는 변수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산업에 ‘외생변수’라는 게 존재하지만 특히 회사운명을 일정부분 외부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이 항공업종의 숙명이다.
10년 전보다 국적항공사의 경쟁여건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을 경유지 정도로 인식했던 외항사들이 장거리노선에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저가항공사들은 단거리노선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외부변수는 여전히 통제범위 밖의 ‘복불복’인데 영업경쟁 강도는 더 높아진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업평가의 관점에서 업종위험수위는 올라간다.
대한항공(003490) 기업신용등급이 10년만에 BBB급으로 내려앉았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7일 나란히 대한항공 회사채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1단계 강등이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대한항공은 2005년 A-를 부여받은 후 줄곧 A급 지위를 유지했다. 그간 대한항공의 A급 지위와 관련해선 꾸준한 시장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 중 기업별 등급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위(워스트레이팅)에서 대한항공은 2012년 10월 이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엔 최다득표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유가하락에도 2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지는 등 ‘널뛰기 실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유류비 부담은 완화됐지만 메르스(MERS) 여파로 여객 운송실적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받은데다 환율이 올라(원화약세)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불어나면서 16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물론 대한항공 기업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재무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1단계의 등급하락은 현재의 영업환경과 재무구조가 이전등급(A-)에는 걸맞지 않다는 것이고 향후 회사채 발행금리가 일정수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계속되는 대규모항공기 도입계획과 호텔·레저 사업다각화 투자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 A급 지위를 다시 회복하는데도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크레딧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기평은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손익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며 경쟁사 대비 매출의존도가 큰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등 사업적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용도)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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