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살아남은 아이들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 등록 2014-04-17 오후 3:48:07

    수정 2014-04-17 오후 4:01:28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어제 병원에 왔었는데 치료를 안 받겠다고 집에 갔어요. 오늘도 겨우 데리고 왔는데 치료를 안 받겠다고 집에 가버렸어요. 아무 말도 하지를 않아요.”

지난 16일 전남 진도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단원고 재학생 박이현(가명) 양의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박 양의 아버지는 “아이가 어제부터 치료를 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하고 뭘 먹지도 않아 정말 걱정이다”이라면서도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미안해서 인터뷰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 양의 아버지는 “사고가 발생하던 날 오전 9시 5분 쯤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배가 기울어져 있다. 뭘 잡고 있는데 살려달라’고 전화를 했어요. 혼자 있지 말고 꼭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라고 했어요. 그렇게 두 번 통화를 하고 세 번째 통화를 하다가 끊겼어요.”

전화가 끊기고 박 양의 아버지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받지 않았다. 한 시간여가 지난 10시 20분쯤 딸은 친구 전화로 구조가 됐다고 전해왔다. 다행히 딸은 살아 돌아왔지만, 아이는 먹지도 않고 치료도 거부하고 있다.

구조된 다른 아이들 또한 사고 당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수빈 군의 어머니 정경미(42) 씨는 “외상 보다도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어제 진도에 도착해 아이를 껴안았는데 아이가 몸부림을 치며 친구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울었다”며 “한 시간을 기다려도 안 나온다며 우는데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정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지낸 친구들이 많은데, 어느 순간 그 친구들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해봐라”며 “아이가 안정을 찾게끔 해줘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밤 12시에 병원에 도착해 새벽 4시까지도 잠을 자지 못했고, 어제부터 종일 먹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인터뷰 중간마다 “제발 친구들이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들을 찾아온 학교 선후배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아리 선배 병문안을 찾아왔다는 단원고 1학년 학생은 “2학년 동아리 선배 12명 중 아직은 3명만 구조가 됐지만 선배들이 꼭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식당 등에 살아남은 선배들이 카톡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페이스북 등에 보이는데 사실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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