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무궁화호 평시 대비 83% 수준 운행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운송 차질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오전부터 철도노조 파업으로 새마을호와 무궁화가 평시 대비 약 83% 수준으로 운행됐다. 또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1·3·4 호선의 지상구간에서도 배차 간격이 넓어지는 등의 지연 운행이 빚어졌다. 화물열차는 평소보다 48% 감축 운행됐다.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김정자(68·여)씨는 “오늘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철도노조 파업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며 “지하철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파업할 때마다 이동에 불편을 겪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재광(24)씨는 서대전역행 열차를 놓쳤다. 1호선 신이문역에서 출발한 지하철이 서행과 정지를 반복한 끝에 평소보다 10분 이상 늦은 것. 김씨는 “지하철 배차 시간이 길어졌지만 앞차와 배차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방송이 계속 나왔다. 평소 타던 열차를 놓쳤으니 다른 시간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철도노조가 4년 만에 파업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 계열사의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판단해서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가 코레일과 별도의 법인으로 공식 출범하게 되면 철도 민영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노조가 9일을 파업 시행일로 잡은 것은 10일 열리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을 막기 위해서였다.
코레일은 수서발 KTX 법인의 지분 41%는 코레일이 갖고 있고, 59%는 기타 공공부문에서 출자하도록 정관에 규정한 만큼 민영화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코레일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 선언은 연말 운송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시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8일 이상 장기화되거나 전면파업이 이뤄질 경우 1일 평균 지하철 1~4호선 26회, 5~8호선 20회, 9호선 4회 등 각 호선별로 운행을 늘릴 계획이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1·3·4호선 지상구간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파업 대처 방안 놓고 정부와 서울시 온도 차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와 전혀 무관한데다가 철도노조가 이를 문제 삼아 파업한다는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불법적인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철도노조 이명환 노조위원장 등 전국 노조 집행부 194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에 대해 총파업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물밑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와 노조의 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