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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호주에선 이날부터 ‘연결 해제 권리’ 법안이 시행된다. 이 법은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했으며, 근무 시간이 아닐 때에는 직원이 고용주의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연락을 확인하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긴급 상황이나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업무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자 15명 이상인 기업에는 즉시, 소기업엔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BBC는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연락을 아예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대신 직원들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호주 직장인들은 매년 평균 281시간을 무급으로 초과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300억호주달러(약 116조 6600억원)어치다.
명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직원은 최대 1만 9000호주달러(약 1704만원), 고용주는 최대 9만 4000호주달러(약 8429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호주 근로자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환영했다. 호주 노동조합협의회는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이룰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주 스윈번기술대학의 존스 홉킨스는 BBC에 “고용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조직은 직원들이 병가를 내거나 퇴사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주들을 대표하는 호주 산업그룹은 “법안 적용 방식이 모호하다”며 “근로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실질적인 효과와 관련해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법을 시행함에 따라 고용주들은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일자리 유연성이 떨어지고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 업계 종사자인 데이비드 브레넌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널리 유행하길 바라지만,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며 “우리는 급여가 좋고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데, 그 대신 하루 24시간 성과를 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편 유럽과 남미 등 20개가 넘는 국가에서도 유사한 법안 또는 규칙이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장 생활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논란이 일자 일과 개인의 삶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법안 또는 규칙이 도입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프랑스에선 2017년 비슷한 법안이 도입됐으며 이듬해인 2018년 직원들에게 항상 휴대전화를 켜두도록 요구한 해충 관리업체 렌토킬 이니셜이 6만유로(약 888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