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에 칼 빼든 국회…"사회적 예방 시스템도 동반돼야"

野 김병욱, '묻지마 범죄' 가중처벌법 발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요구도 높아져
조정훈 "'괴물' 격리하는데 구멍이 있다"
사회병리·복지공백 해소 등 중장기 대책 목소리도
  • 등록 2023-08-21 오후 5:03:10

    수정 2023-08-21 오후 10:16:15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이를 예방하고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입법 예고하며 범죄 해결책으로 ‘엄벌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장기적인 사회적 범죄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묻지말 칼부림’ 범죄 예고성 협박글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흉기 난동’ 장소로 지목된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인근에서 경찰특공대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를 정의하고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일본 사례를 보니 처벌수준이 강화되자 범죄율이 낮아진 사례가 있었다”며 “처벌 수준을 강화하여 범죄 예방 효과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간 현행 법체계에 묻지마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하고, 이에 따라 처벌 또한 기존 형법을 따르다 보니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무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또는 무차별 범죄)의 법적 개념을 정리하고 범죄를 유형화하여 처벌 기준이 세워지길 바란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김 의원의 법안 외에도 지난 2021년 5월 유정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가법 개정안 역시 묻지마 범죄를 정의하고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을 두고 법사위 전문위원은 “고의범인 살인죄나 상해죄보다 높은 형량을 부과하는 것은 형벌체계의 비례성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가법 개정안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상해, 폭행 또는 살인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죄형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 등을 계기로 엄벌주의 기조가 강해지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어야 할 괴물은 존재한다. 그 괴물을 완벽히 격리하는데 구멍이 생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를 처벌하고 ‘보복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엄벌주의가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안전은 정치의 첫번째 책무다. 형법을 개정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시설이 필요하다”면서도 “강력한 처벌 대책과 함께 사회적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같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차별 흉악범죄는 사회병리와 복지 공백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마지막 정기국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 불안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생명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과 예산, 제도개선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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