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잔뜩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 폭발과 함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줄줄이 호실적을 내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차입금 감축과 함께 연기됐던 항공기 도입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들은 올 2분기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31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에어부산 역시 영업이익 3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1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진에어도 151억원 적자에서 178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LCC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티웨이항공도 마찬가지로 196억원의 이익을 내 흑자전환 소식을 알렸다. 실적을 공시한 4개 LCC는 모두 2분기 역대 최대 규모 이익을 기록했다.
| 지난 8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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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꾸준히 늘어난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 중심의 여행수요가 꼽힌다. 아직 장거리 노선이 이전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리 해외 여행수요는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올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LCC들은 수익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화하자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 8일 실적공시와 함께 ‘단기차입금 감소’ 공시를 냈다. 약 4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 단기로 차입한 300억원 중 잔액 21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에어부산은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에어부산은 이에 대해 “이자비용 절감을 통해 금융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차입금 상환을 결정했다”며 “유동성을 고려하면 조기상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입금 감축 기조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하늘길이 막혀 3년 동안 내리 적자를 볼 수밖에 없던 LCC들은 차입금을 늘려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 부담이 상당히 커진 만큼 차입금을 조기에 상환할 필요성도 더욱 커졌다.
제주항공은 호실적과 함께 차세대 항공기 도입에 속도를 낸다. 당초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B737 MAX 항공기 50대(확정구매 40대 옵션계약 10대)를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는 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상황이 악화하며 항공기 도입 시점을 1년 늦췄다. 제주항공은 해당 계약에 따른 첫 항공기를 오는 9월 들여올 예정이다. B737 MAX 항공기는 기존 항공기와 비교해 15% 연료절감 효과가 있어 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 업계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악화한 재무상태를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