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이노베이션 '성과급 800%'에 뿔난 노조

20일 성과급 지급 규모 결정…노조 적다며 '반발'
성과급 요구에 '횡재세' 논란 불 지필까 업계 우려
  • 등록 2023-02-20 오후 3:39:38

    수정 2023-02-20 오후 4:52:51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096770)이 기본급의 최대 8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로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올린 만큼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지난해 거둔 성과 대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공장인 울산컴플렉스(CLX) 총괄과 노조는 이날 면담을 갖고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를 최대 800%로 책정했다. 지급일은 오는 28일이다. SK온 등 계열사(OC)별 성과급 지급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사장단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롱텀인센티브(LTI)는 270%로 책정했다. LTI는 재무성과가 아닌 탄소배출 감축, 친환경 실천 등 회사의 기업가치 성과에 연동되는 개념으로 2년 뒤인 2025년 2월 지급이 논의된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조9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6%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이번 성과급 규모가 작다고 맞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1000%를 지급했던 점을 거론, “실적은 늘고 성과급은 800%로 오히려 작아졌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반면 사측은 정유사업에서는 이익을 냈지만 배터리사업과 같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SK온이나 이익이 감소한 SK지오센트릭 등 계열사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 성과급 규모를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협의 이후 “회사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도 변경과 규모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시간 부로 노조가 할 수 있는 투쟁을 하나씩 전개해 나갈 것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과급에 반발, 21일부터 생산 현장을 ‘차지다운’(몸으로 막는 행위)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는 국가기간산업으로 파업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며 “불법파업으로 인해 노조 인원이 구속되면 회사와의 갈등이 더 깊어지면서 사태가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불만에는 경쟁사보다도 성과급 규모가 작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올해 각각 월 기본급의 1000%,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정유사를 향해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성과급 추가 요구로 여론에 반감이 생길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높은 난방비에 정유사들의 대규모 성과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 갈등으로 횡재세 논의가 부활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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