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미·중 무역분쟁은 완연히 ‘트럼프 대(對) 화웨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사이의 긴장감 섞인 목소리 경쟁은 그러나 결코 화웨이에게 우호적이진 않다. 이미 6개월 뒤 부품 조달을 걱정해야 하고, 자체 해결도 서방 기업들의 거래 중단 조치로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미국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한국·일본·대만 업체와 거래가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는 일단 강경 대응으로 자신감으로 내보이면서도, 내심 미국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황을 타개할 출구전략을 고민하며 특히나 한국의 삼성전자와 러시아의 카스퍼스키랩 사례를 보고 있을 것이다.
삼성도 MS도 고배마신 제3의 OS..화웨이도 쉽지 않아
| 2017년 열렸던 삼성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 모습. 삼성전자 제공 |
|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와 종속성을 낮추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OS)를 두번이나 만들었다. 2010년 처음 공개한 바다OS와 2012년 등장한 타이젠이 있다. 2010년 당시에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양분하던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선보였고, 타이젠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바다 OS를 흡수해 더 개선한 형태로 선보였으나 역시 스마트폰 탑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자체 앱(App·응용 프로그램) 스토어 역시 제한적이었고, 결국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기기 지원 용도로 전환됐다.
앞서 PC와 서버용 OS ‘윈도’로 세계를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모바일에서는 참패하며 스마트폰에서는 더 이상 윈도를 볼 수 없는 상태이다. 초기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했던 블랙베리OS 역시 현재는 사용자가 미미하다.
이러니 갑작스레 자체 OS를 들고 나온 화웨이의 ‘홍멍’이 갑자기 성공할 리 만무해보인다. 특히 세계 1위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반도체 설계자산(IP)을 이용하지 못하면 자체 프로세서 설계는 고사하고 그나마 자체 OS의 기반이 되는 리눅스 플랫폼 호환도 불가능할 수 있다. 사실상 신제품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역시 억울하다던 러시아 카스퍼스키랩도 결국 물러섰다현상황에서 특히 화웨이가 참고할 만한 사례는 러시아의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 시대 당시 전신인 소련 시절부터 미국과 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특히 러시아 정보기관 KGB가 미국에 대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정보를 탈취한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아 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어지자, 트럼프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랩이 KGB 등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카스퍼스키랩의 보안 솔루션과 화웨이 장비 등을 공공 분야 조달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 카스퍼스키랩 제공 |
|
카스퍼스키랩은 결국 데이터 처리 장소를 러시아에서 중립국인 스위스로 옮기고, 투명성과 무결성 확보를 위한 감독 전담 조직 역시 스위스에 마련해 러시아 정부와의 연관설을 차단했다. 당시 카스퍼스키랩 창업자인 유진 카스퍼스키는 “이 같은 조치는 앞으로 사이버 보안 업계 전체의 트렌드가 될 것이며 신뢰 정책이 업계의 핵심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에다, 순환 대표(CEO) 체제 등 독특한 조직구조를 가진 곳이다. 동시에 통신 산업의 특수성과 중국 내 정치·경제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부와의 연관·유착설을 완전히 떨쳐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카스퍼스키랩 사례에서 보듯 제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지정학적 요소에 따른 외부요인을 과연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비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새옹지마 끝 행복’을 만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와 화웨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미국 기업들과 시진핑 정부가 5G 주도권 경쟁 속에서 어느 선에서 타협할 것이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