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정책 결정에 맞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온 매티스 장관이 물러나면 행정부 내 혼돈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공화·민주 양당에서는 매티스 장관의 사임에 충격, 낙담, 공포와 같은 반응이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공화당 소속의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매티스의 사임을 가리켜 “미국에 슬픈 날”이라면서 “매티스 장군은 대통령이 들어야 할 조언을 제공해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새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고립주의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해치는 약한 전략”이라면서 “극단주의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은 여전히 우리와 전쟁 중이며 ISIS(이슬람국가 IS)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방금 매티스 장군의 사임 편지를 읽었다”며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우리의 동맹을 해치며 우리의 적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련의 중대한 정책 실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이 매우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루비오 의원은 이어 “우리는 행정부 정책을 감독한다는 헌법적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며 시리아 철군과 매티스 장관 사임에 관한 의회 차원의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커다란 슬픔으로 (사임)뉴스를 접했다”며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전하고 윤리적인 군사 조언을 제공해왔다”는 글을 올렸다.
공화당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은 “그곳(행정부)에 매티스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안도를 줬다. 우리는 그가 거기 있어서 더 안도하고 푹 잠들 수 있었다”라고 논평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 “양당 지도자들이 조심스럽게 구축한 전후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필수적인 일”이라며 “그런 명확한 원칙을 공유하는 매티스 장관이 곧 행정부를 떠난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에 걸친 이러한 혼란이 미국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즉각 멈춰야 한다”라고 염려했다.
민주당의 실망감도 컸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CNN에 “슬프고 충격적이다. 나는 그(매티스)에 대해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라며 “매티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안정의 대변자’로서 우리 다수에게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매티스는 이 행정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힘과 안정’의 상징”이라면서 “이번 주는 우리가 미국 정부에서 지금까지 목격한 가장 혼란스러운 한 주”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마크 워너(버지니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두려운 소식”이라면서 “우리의 국방은 대통령의 변덕에 좌우되기엔 너무나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매티스 장관의 전격 사퇴는 국방부를 포함한 군 안팎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퇴역 장군인 스탠리 맥크리스털은 CNN에 “매티스와 같은 헌신적인 애국자를 떠나게 만든 리더십은 모든 미국인을 멈칫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파네타도 “대통령은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혼돈을 즐긴다”면서 “하지만 그가 늘 즐기는 혼돈은 미국인들에게 지옥을 만들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던 마지막 장관인 매티스의 사임을 놓고 미 언론들도 일제히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WP는 매티스 장관이 워싱턴 정가와 전 세계에서 “혼돈에 중독된 대통령에 맞선 안전장치”로 인식돼 왔다면서 미국의 가까운 동맹들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가진 유일한 현 정부 각료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매티스 장관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방위비를 더 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불안해하는 동맹국을 다독이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날 매티스 장관이 사임 서한을 통해 ‘트럼피즘’(트럼프주의)과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임 서한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45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둘 사이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고 익명의 고위 관리가 AP에 전했다.